이웃나라 일본의 도쿄와 나고야, 고베가 지진 위험에 ‘가장 취약한(most vulnerable)’ 곳으로 꼽힌 전 세계 20개 도시 명단에 포함됐다.
 
국가별로는 가장 많은 3개 도시의 이름을 올린 일본에 이어 인도 등 5개국에서 각각 2개 도시가 선정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0년 1월 13일 건물의 안전 수준과 사회 기반시설, 인구 증가에 따른 밀도 등을 토대로
지오해저드인터내셔널(GI)이 분석한 결과를 인용해서
대지진에 취약한 세계 주요도시 명단을 소개했다.
 
이번 분석은 6.0 또는 그 이상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날 것인가를 추산한 뒤
도시별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진 취약 도시는 대부분 중남미와 아시아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는 일본의 경우 내진 설계로 지어진 건물의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다른 국가의 도시들에 비해 현저하게 사상자가 적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제반사항이 반영돼 일본 도쿄, 나고야, 고베는 각각 11위, 18위, 20위에 랭크돼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1923년 도쿄에서 규모 8.3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14만명이 숨지기도 했으나,
최근엔 상당한 강도의 지진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

1위엔 네팔 카트만두, 2위엔 터키 이스탄불이 꼽혔다.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카트만두와 이스탄불에서 인구 100만명 중 각각 6만9000명, 55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카트만두는 허술한 건축물이 다닥다닥 밀집한 지역에서의 위험도가 크고,
이스탄불은 아프리카와 유라시안 지질 구조판이 충돌할 경우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각각 2개의 취약 도시가 있는 국가는 인도(델리·3위, 뭄바이·12위)를 비롯,
인도네시아(자카르타·10위, 반둥·14위), 터키(이스탄불, 이즈미르·9위), 에콰도르(키토·4위, 과야킬·13위), 멕시코(멕시코시티·8위, 티후아나·17위) 등이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고 노래했던 애국가 2절 가사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도 진행되면 남산 위에서 소나무를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온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한반도의 기후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기온은 0.7도 상승했지만 한반도는 1.7도가 오르는 등 한국의 평균기온 변화는 전 세계의 변동 폭보다 크다.
특히 앞으로 20~30년은 지금까지 올라갔던 속도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00년 뒤에는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한반도,
그 해 겨울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나라는 1912년부터 2008년까지 기온이 1.7도 상승했고, 강수량이 19% 증가했다.
이에 겨울과 봄의 기온이 높아졌고 겨울은 한 달 정도 짧아졌다.
그래서 여름이 빨리 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기온이 올라갔으므로 얼음이 어는 결빙일과 서리가 내리는 날도 줄어들었다.
대신 밤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는 열대야가 늘었으며 강수량은 특히 여름에 증가하고 있다.

이런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육지에서는 사과나 농작물의 재배지역과 곤충이나 새들의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
특히 사과의 재배 한계선은 기존 경북지역에서 강원도 영월과 평창, 영서북부 지역인 양구까지 올라갔다.
바다에서는 명태 등의 한류성 어종이 줄고 오징어와 같은 난류성 어종이 늘어났다.

UN 산하의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의 4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906년부터 2005년 사이에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도 상승했다.
이들은 21세기의 온난화 진행 속도가 20세기보다 3~6배 또는 그 이상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자연재해와 생물의 멸종 등 전 지구에 심각한 영향이 생길 것을 짐작케 한다.

IPCC의 예상처럼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면 100년 뒤인 2100년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000년의 2배가 된다.
따라서 한반도의 기온은 4도 정도 올라가고, 강수량은 17% 정도 증가하게 된다.
남부지방뿐 아니라 중부내륙을 제외한 지역도 ‘아열대 기후’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물론 2100년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먼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청소년들이 2100년까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면 기후변화 문제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기온이 지금보다 4도 정도 올라가게 되면 남부지방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겨울을 볼 수 없다.
부산의 기후는 지금의 홍콩과 비슷해져 비가 잘 오지 않고 맑고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겨울에 난방에너지 수요는 줄고 여름에 냉방에너지 수요는 늘어난다.

상점에서 파는 과일이나 야채의 종류도 나오는 시기가 달라진다.
사과는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하거나 북한에서 수입해 온 것을 판매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열대 과일 종류를 재배하게 될 것이다.
또 부산의 동백섬에서 동백이 종려나무와 같은 아열대 수종으로 바뀌고,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곤충이나 새들 대신 아열대에서 사는 생물종이 부산에서 살게 된다.

100년 뒤 중부지방의 기후는 서귀포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된다.
현재 서울과 서귀포의 평균 기온의 차이가 4도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겨울철만 해도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스케이트장과 한강 얼음 위에서 썰매 타는 아이들은 과거의 사진에만 존재할 것이다.
또 스키나 보드가 겨울철 스포츠라고 하던 지금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한반도에 분포하는 나무종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침엽수의 분포지는 북상해 줄어들게 되며 활엽수와 혼합림의 분포는 늘게 된다.

자료제공 동아일보>



생태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나라 고유 생물종은 멸종하거나 북쪽으로 서식지가 이동할 것이다.
전염병과 병충해의 종류도 달라지고, 식량 확보를 위해 새로운 품종도 도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이나 풍습도 변한다.
겨울방학이 짧아지는 대신 여름방학은 길어진다.
또 항상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김장을 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없다.
차례상에서 북어는 사라지고, 사과나 배가 아닌 망고나 파파야를 올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무엇이 달라진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온난화가 지속되면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가 증가하게 된다.
호우 발생빈도가 증가해 홍수뿐 아니라 산사태도 많아지고,
또 강수량의 증가가 뚜렷하지 않은 겨울과 봄에는 기온 상승으로 가뭄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해 태풍의 세기가 강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해수면이 상승해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은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점이다.
1990년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IPCC가 정한 최악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A1FI 시나리오)와 유사하게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배출이 증가할수록 기온 상승폭은 커진다.

100년 뒤 한반도에서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기후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조치를 하고,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그것만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길이다.

글 :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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