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관심은 있지만 그냥 지나쳤을 법한 기내식. 알수록 재미있는 기내식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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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의 한 방송사에서 승객들에게 물었다.

비행기 여행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지를.

다양한 답변이 쏟아졌다.

하늘, 구름, 조종사, 승무원, 좁은 좌석….

그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뭘까.

놀라지 마시라.

바로 기내식이다.

기내식은 이제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승객들에겐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 항공사에는 홍보의 핵심이자 자랑거리가 됐다.

일등석에 앉은 승객이 흡족한 기내식을 바라보는 모습.  (아시아나항공 제공)

특색 있고 인상적인 메뉴를 내놓기 위한,

항공사들의 '조용한 전쟁'이 한창이다.

일등석 기내식은 샐러드, 수프, 전채, 메인 요리, 치즈, 과일, 디저트 등이 코스로 나온다.

반면 일반석은 전채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가 모두 하나의 식판에 나온다.

누구나 관심은 있지만 그냥 지나쳤을 법한 기내식. 알수록 재미있는 기내식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 보자.


○ 일등석 기내식 값, 일반석 기내식의 9배

하루에 2만여 개.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드는 기내식 개수다.

전문 케이터링 업체에서 매일 생산되는 기내식은 전용 이동차로 운반돼 비행기에 실린다.

서울∼뉴욕 노선의 경우 보통 한 번에 600개 이상(약 300인분×2)의 기내식이 탑재된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식사시간이 가까워지면 '갤리(승무원이 음식이나 서비스용품을 준비하는 기내 공간)'가 바빠진다.

객실승무원들은 기내식을 오븐에 데우고 서빙을 준비한다.

 

한 객실승무원이 밝힌 에피소드 하나.

갤리에서 기내식을 준비하는 그녀를 할머니 한 분이 뚫어지게 쳐다 봤다.

그러더니 혀를 차며 하는 말.

"아가씨도 열심히 공부해서 밖에 아가씨들처럼 승무원 하지, 왜 부엌에서 밥 짓고 있어?"

기내식은 1930년대 한 항공사에서 처음으로 샌드위치, 샐러드 등 차가운 음식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기내 주방이 설치되고, 다양한 기내식 도구가 등장하더니,

1950년대 기내 오븐을 사용하면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최근엔 자동화와 연계된 현대적인 방식이 도입돼 기내식 수준이 또 한 단계 높아졌다.

기내식에 대한 승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니 항공사가 기내식에 쏟는 열정도 뜨거워졌다.

최우선 고려 요소는 재료의 신선도 유지와 위생 상태.

보통 당일 생산을 원칙으로 하되 포장 가능한 음식은 하루 전 진공포장한 뒤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한다.

맛도 물론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항공사는 보통 전문 조리사를 둔다.

또 항공사가 유명 레스토랑, 요리사 등과 제휴를 맺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자체적으로 '메뉴개발실'을 운영하는 한편 궁중음식연구원에 자문해 전통 한식을 서비스하고, 스타 요리사 에드워드 권 씨 등과 제휴를 맺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기내식의 가격은 운반비,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일반 음식점에서 파는 같은 메뉴보다 2∼3배 비싸다.

또 '간소한 코스'로 제공되는 비즈니스석 기내식은 일반석의 3배,

'잘 차려진 코스'로 제공되는 일등석 기내식은 비즈니스석 대비 보통 3배가량 비싸다.

 

하지만 가격이 일률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다.

항공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일등석의 한 끼도 있지만,

승객이 1만 원 한도 안에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저가항공사도 꽤 많다.


○ 기내식 물량 조절도 전략

 

쌈밥. (아시아나항공 제공)

궁중음식연구원과 업무 제휴해 개발된 인기 기내식.

 

전통식은 최근 승객들에게 사랑받는 메뉴다.

국내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고추장, 김치,비빔밥 등에 대한 외국인 승객들의 반응도 뜨거워졌다.

 

'비행기만 타면 이상하게 배가 고프다.'

밀려오는 졸음까지 참고 굶주린 배를 잡아가며 오매불망 기다린 식사시간.

드디어 저 멀리서 그녀가 등장한다.

생글생글 웃으며 기내식 카트를 밀며 구세주처럼 다가오는 객실승무원.

그런데 그녀의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진다.

"죄송합니다. ××가 다 떨어졌는데 ○○로 드시겠습니까?"'

비행기를 타본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은 괴롭다.

얼마 전 한 외국 국적기 기내에선 원하는 메뉴가 다 떨어지자 한 승객이 난동을 부려 공항경찰에 연행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항공사들이 원가 절감에 환경 문제까지 고려해 비행기에 싣는 여유분 기내식을 줄이면서 메뉴 부족 사태가 더욱 빈번해졌다.

물론 메뉴가 바닥나는 일을 막기 위해 항공사들도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온갖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대비책을 마련한다.

대한항공 일반석을 살펴보자.

장거리 노선의 경우 보통 3가지 메뉴가 제공되는데 일단 항공사는 해당 구간 승객의 국적 분포를 파악해 메뉴 탑재 비율을 조정한다.

이를테면 여름철 성수기 유럽 노선인데 한국인 단체여행 승객이 많다면 한식 비율을 높이고 양식 비율을 낮춘다.

과거 같은 노선, 같은 기간에 승객들이 찾은 메뉴 정보도 필수 분석 요소.

성수기인지 비수기인지, 출발지가 어디인지 등도 중요하다.

보통 성수기거나 만석일 경우 여유분 기내식을 늘린다.

또 출발지가 외국이거나 비행 거리가 멀수록 한식을 찾는 승객이 많아 한식 비중을 늘린다.

기내식을 제공할 때도 '전략'이 필요하다.

객실승무원들은 기내식 서빙에 앞서 브리핑을 통해 메뉴 정보를 주고받는다.

서빙 중에도 자신의 카트 안 메뉴 상황을 점검하며 다른 승무원과 사인을 교환한다.

만약 어떤 메뉴가 부족해진다면? 한 승무원의 설명이다.

"부족한 메뉴는 나중에 말하거나 작게 얘기하는 반면 남는 메뉴에는 '매콤한' 등 수식어를 길게 붙여 승객분들의 선택을 유도해요.

닭 요리의 경우 '치킨' '닭고기 요리'라고 하면 많이 찾으시는데 '닭고기'라고만 하면 호응이 좀 낮아요.

이런 축적된 노하우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 채식주의자 식단-특정 종교식도 준비

영국의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2010년 "고공에서의 소음이 사람의 감각, 특히 미각을 무디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행 중에는 기압이 낮아져 미각과 후각이 둔해진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러다보니 기내에선 상대적으로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인기다.

최근엔 웰빙 바람이 불면서 야채가 많이 들어간 건강식을 선호하는 승객이 늘었다.

음료 역시 탄산음료 소비는 줄고 생수, 주스 등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지난 한 해 국내 항공사 전 구간에서 소비한 생수의 양만 약 5000t.

한국인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치즈, 양고기 등의 소비가 늘고, 독주보다 와인을 찾는 승객이 많아진 것도 최근의 트렌드다.

각국의 전통 음식을 찾는 승객들도 많아졌다.

아시아나항공 홍보팀의 김미정 과장은 "200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전통 쌈밥은 미주와 유럽 노선 외국인 승객들이 더 많이 찾는다"면서 "기내 특성을 고려해 된장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도록 맛깔 나게 만든 쌈장에다 당일 새벽 구매한 12가지 신선한 채소를 제공하는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특별 기내식도 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야채식, 특정 종교인을 위한 종교식, 열량을 줄인 다이어트식, 영·유아를 위한 아동식 등이다.

특별 기내식은 보통 출발 24시간 전에 신청할 수 있다.



▼ 조종사 기내식은 비행 안전 위해 위생검사 3단계 이상 거친 특식 ▼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하늘에 도달한다.

이때부터 승객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종사다.

그런데 길게는 열 시간 넘는 비행을 하다 보면 조종사도 배가 고프게 마련.

여기서 극단적인 가정 하나를 해 보자.

기장과 부기장에게 제공되는 기내식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1992년 2월 아르헨티나 국적의 한 여객기에선 콜레라균에 오염된 기내식 새우를 먹고 승객이 목숨을 잃은 사례가 있다.

다행히 조종사들이 아픈 배를 잡고 동시에 쓰러질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조종사들이 먹는 기내식 기준이 워낙 엄격해서다.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고열로 가공하지 않은 달걀 및 유제품 등은 제공 금지 품목.

음식 재료 위생검사도 3단계 이상 할 만큼 철저하다.

비즈니스석급 이상인 기장과 부기장의 기내식은 언제나 각기 다른 메뉴로 제공된다.

최소한 두 사람이 동시에 쓰러지는 사태만은 막기 위한 안전핀인 셈.

승무원들의 기내식은 승객들의 그것과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질릴 만큼 기내식을 먹어야 하는 승무원이기에 메뉴 선정에 특별 배려를 해주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이 원하는 메뉴로 주기별 식단을 짜고, 자체 품평회를 열어 메뉴에 반영한다.

젊은 여성이 많은 객실승무원의 경우 보통 칼로리가 낮은 한식을 선호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

대한항공은 2시간 이하 단거리 노선의 경우 승객들에겐 간단한 샌드위치 등만 제공하는 반면에 일을 해야 하는 승무원들에겐 도시락과 함께 밥을 제공한다.

좀 넉넉하게 싣고 가는 음식의 경우 그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승무원만의 특권.

그렇다고 마냥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객실승무원은 앉아서 밥을 먹기 힘들다.

비좁은 '갤리'에 선 채 허겁지겁 먹는 게 일상이다.

또 승객들이 일부 메뉴에만 몰려 그 메뉴가 다 떨어질 경우엔 메뉴 선택권조차 없을 때가 많다.


[ 동아 일보]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0원, 경유 가격은 ℓ당 1800원을 넘나들면서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자동차들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친환경 바람을 타고 자동차메이커들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친환경 디젤 자동차 등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자동차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연비 좋은 차의 기준도 상향조정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1ℓ로 15km만 넘어도 연비가 뛰어나다고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20km는 넘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들도 ℓ당 20km 이상 주행할 수 있어야 대접받을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공인연비 자료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연비 20km/ℓ 이상 자동차는 33개 모델이다. 이 중 수입차는 19개 모델, 국산차는 14개 모델이다.

연비왕은 도요타 프리우스로 연비는 29.2km/ℓ다. 렉서스 CT200h는 25.4km/ℓ로 2위,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24.7km/ℓ로 3위를 기록했다. 1~3위가 모두 일본 가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해당한다.

독일 디젤 자동차인 BMW 320d ED는 연비 23.8km/ℓ로 전체 4위이자, 디젤 차 중 연비 1위다. 그 다음은 다시 일본 자동차인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가 23.6km/ℓ로 5위에 올랐다.

국산차 중에서는 소형차인 현대 엑센트 1.6 디젤(5도어 모델 포함)이 연비 23.5km/ℓ로 경차를 물리치고 가장 연비좋은 자동차로 나왔다. 전체 순위는 6위다. 현대 i30 1.6 디젤은 23.0km/ℓ로 하이브리드카인 혼다 인사이트와 공동 8위를 기록했다.

디젤 마이크로 하이드리드 자동차인 푸조 508 1.6 e-HDi와 308 1.6 e-HDi는 각각 22.6km/ℓ로 연비 베스트 10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그 다음으로 폭스바겐 제타 1.6 TDI 블루모션(22.2km/ℓ), BMW 320d(22.1km/ℓ), 기아 모닝 1.0 가솔린(22.0km/ℓ), i30 1.6 디젤(22.0km/ℓ), 폭스바겐 골프 1.6 TDI 블루모션(21.9km/ℓ) 순이었다.

국산 중형차 중에서는 형제차인 기아 K5 2.0 하이브리드와 현대 쏘나타 2.0 하이브리드가 가장 연비가 좋았다. 연비는 두 차종 모두 21.0km/ℓ이고, 전체 순위는 공동 25위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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