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생산업체 시스템 개발 경쟁
운송비·사고 30%가량 감소 기대
상용화까지 국제법 개정 걸림돌 

앞으로 해적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 할지 모른다. 
선원 없이 육지에서 원격조종하는 드론(drone·무인조종) 선박 시대가 개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항공·선박엔지니어링 회사 롤스로이스와 미국 보잉사 같은 항공기·무기 생산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무닌(MUNIN)’이라는 해양 무인항해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드론 선박 개발은 기술적 면에서는 거의 어려움이 없다. 

현재에도 선장이나 선원들이 크게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자동화설비가 잘 갖춰져 있는 선박이 많다. 


무인 항해를 위해서는 우선 선박 쪽에 장애물을 발견하고 피할 수 있는 고성능 감지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정확한 위치와 속력·항로를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GPS·내비게이션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선박과 부속 장비를 조종할 수 있는 고성능 선상통제시스템도 필요하다. 

지상에선 해안의 통제센터와 선장 등 요원들이 선박이나 선단을 원격조종한다.

지상과 선박의 무인조종 운영시스템을 위성으로 교신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이 분야에서는 첨단기술이 개발돼 있어 드론 선박 등장은 시간 문제로 여겨진다. 

롤스로이스사의 해양혁신엔지니어링 책임자인 오스카 레반더(39) 부사장은 독일 일간 디벨트에 “드론 선박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무인항공기나 잠수함, 구글이 시험 중인 무인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전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레반더 부사장은 “사전에 입력된 운항 루트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자동으로 정지하거나 적절히 대응하도록 프로그래밍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선박 또는 암초와의 충돌 위험이 있거나 높은 파도와 폭풍우를 만나는 열악한 여건에서의 원격조종은 유인선박보다 오히려 쉬울 수 있다. 

레반더는 “카메라가 사람보다 더 낫다”며 “육지의 원격조종센터에 있는 선장이 갑판에서 보다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의 경우 자동차보다 무인조종이 더 용이하다. 

도로 위에서 무인자동차는 차선 변경이나 정차, 출발 등을 초 단위로 긴급히 조종해야 할 때가 많다. 

반면 바다의 드론 선박은 다른 선박이나 암초를 앞에 두더라도 반응 할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 

자동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울 땐 항공기를 이용해 속히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자동차보다는 훨씬 먼 거리를 항해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점이다. 


육지에서 한 사람이 원격조종으로 여러 대의 선단 전체를 지휘할 수도 있어 경제적이다. 

이런 경우 만일에 대비해 선도하는 배 한 척엔 승무원이 탈 수도 있다.

무인선박은 소말리아 해역 등에서 활개치고 있는 해적들에 대비해 특히 효과적이다. 

해적들이 몸값을 받기 위해 노리는 인질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드론 선박에는 선원들을 위해 창문이나 문을 많이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해적들이 접근하기도 어렵다. 

설령 올라탄다 해도 원격조종되는 배의 방향을 돌릴 수 없다.


무엇보다 무인 컨테이너선을 이용하면 운송비를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가 경량화되면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게 된다.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인건비는 물론 이들이 배에서 사용하는 각종 생필품 등 부대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무닌 개발팀에 따르면 선박 운항 속력을 30% 줄이면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연료를 절반 가까이 감소시킬 수 있다. 

유인선박들은 선원들의 항해기간을 줄여 주기 위해 항해 속력을 경제속도 이상으로 유지한다. 


레반더 부사장은 해난사고도 3분의 2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사고의 상당 부분은 선원들의 수면 부족이나 집중력 저하 등 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세계적인 선원 구인난도 해소될 수 있다. 

현재 5만 척의 상선에서 근무하는 선원은 100만 명에 달한다. 

배를 타고 장기간 대양을 돌아다니는 일이 힘들어 날이 갈수록 선원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선원 수요는 늘고 있다. 

현재 세계 교역물량의 90%가 선박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장거리 화물이 많거나 인건비 비중이 큰 나라 중심으로 무인선박 수요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법규다. 

무인선박이 세계의 바다를 누비고 다닐 수 있기 위해선 관련 국제법이나 개별 국가 법률의 개정이 시급하다.

워낙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10년 이상 걸릴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향적인 사고를 하는 일부 국가에서 먼저 허용할 경우 드론 선박 운항은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국가 간 이해관계 조정이 비교적 쉬운 북유럽이나 미국 연안 등 일부 지역에 한해 먼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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