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걷는 문어


 

문어도 걸어다닌다…인도양서 ‘2족보행’ 확인

[경향신문 2005-03-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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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 존 스타인벡은 소설 ‘통조림공장의 줄(원제 Cannery Row)’에서 “기어다니는 살인자, 문어가 이제는 다리 끝을 이용해 민첩하게 뛰어왔다”고 묘사한 바 있다.

60여년전 스타인벡의 예견처럼 실제로 걸어다니는 문어가 발견돼 과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과 인도네시아 삼 라툴란기대학 공동연구팀은 인도양에 서식중인 2종의 문어가 2개의 다리로 걸어서 달아나는 것이 포착됐다고 과학잡지 사이언스 최신호(25일자)에 발표했다.


보통 문어는 몸체 주변으로 여러개의 다리를 펼친 뒤 빨판을 이용, 자신의 몸을 밀거나 당겨 조금씩 움직여 나간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발견된 문어들은 두 다리를 지지대로 하고, 강하지만 잘 휘어지는 근육을 사용해 모래바닥을 걸어 다녔다.

과학자들은 물 속에서 이들 문어가 움직이는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해 정밀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의 문어 ‘옥터퍼스 마지네투스(Octopus marginatus)’는 마치 사람처럼 두 다리를 교대로 움직인다.

먼저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리고 왼쪽 다리를 땅에 짚어 약간의 이동을 한다.

이후 다시 오른쪽 다리를 땅에 짚고 왼쪽 다리를 들어올려 한번 더 이동한다.

이를 되풀이하면서 초당 6~14㎝를 이동한다.

이때 몸은 동그랗게 말고 공처럼 굴리면서 움직인다.

마치 해류에 휩쓸려 굴러다니는 코코넛처럼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호주의 문어 ‘옥터퍼스 아쿨리투스(Octopus aculeatus)’가 걷는 방식은 약간 다르다(그림).

 

아쿨리투스는 6개의 다리를 말아올려 자신의 머리 부분을 덮는다.

남아있는 두 다리 중 하나로 몸체가 움직이게 하며 나머지 하나를 바닥에서 들어올려 한 걸음 앞으로 뻗는다.

이동하는 동안 적어도 한 다리는 항상 바닥에 닿아 있다.

이 문어는 머리 위로 말아 올린 6개의 다리를 물 속에서 흐느적거리며 해조류 덩어리처럼 움직인다.

 


 

과학자들은 호두와 사과만한 크기의 두 문어가 포식 어류들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위장하기 위해 이러한 이동방식을 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두 다리를 이용해 걷는다는 사실은 문어가 지각력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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