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하다.'라는뜻은???

마파람은 맞바람이 변한 말로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말한다.

우리의 가옥 구조가 대부분 남향이기 때문에 앞쪽에서 부는 바람은 당연히 남풍이 된다.

 

남풍은 보통 비를 몰고 오는 고온 다습한 바람으로 마파람이 불고 비가 올 기미가 보이면,

겁이 많고 예민한 게들은 눈을 재빠르게 몸 속으로 감추고,

여차하면 도망가 버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음식을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우거나, 일을 재빠르게 해치울 때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하다'는 표현을 쓴다.

 

갯벌에서 한 번이라도 게를 잡아본 사람은 조그만 게 한 마리를 잡는 것이 얼마나 진땀 나는 일인지 잘 알 것이다.

게를 잡으러 한참을 쫓아 다니다 보니 금방 보이다가 없어지기도 해 그런 사람을 '해변에서 게 잡는 사람'이라고 면박하기도 한다.

또 게장이든 해물탕이든 어느 것이나 게는 껍데기가 붙은 채 요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 딱딱한 껍데기 때문에 게를 좋아하면서도 먹기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아 '게장은 사돈하고는 못 먹는다'는 말이 전해 내려올 정도다.

예의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사돈 앞에서 이빨로 껍데기를 부수고 부드러운 살을 발라먹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까닭이다.

이 외에도 유전적 본능은 속일 수 없다는 뜻으로 '게 새끼는 집고 고양이 새끼는 할퀸다'는 속담이 있으며,

아무 소득 없이 손해만 봤을 때는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고 한다.

구럭은 망태기,즉 게를 잡아 넣을 수 있는 그물 주머니다.

'구운 게도 다리를 떼고 먹는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게의 집게발 때문에 구운 게라 해도 혹시 물리지 않을까 하고 다리를 떼어놓고 먹는다는 말로 어떤 일이든 앞뒤를 신중히 고려해 안전하게 행동하라는 교훈을 이르고 있다.

또 옆으로 걷는 걸음을 '게걸음',

사람이나 동물이 괴롭거나 흥분해서 거품처럼 내뱉는 침을 '게거품'이라고 한다.

게 한마리가 이처럼 많은 속담을 남기고 있으니 과연 생활 속에 친근한 해양생물이라 할 만하다.

 

출처: 부산일보 인터넷뉴스  "해양수산 [속담속 바다이야기]"

글쓴이: 김경희기자

도움말: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이두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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