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생이 발ⓒ 김준

 

오염 안 된 깨끗한데서 자라

 

매생이는 남도의 바닷가인 강진, 고흥, 완도, 장흥, 진도 등 서남해역에서 겨울철에 만날 수 있는 녹색 해조류의 하나다. 

환경오염에 매우 예민한 매생이는 지형적으로 조류가 완만하고 물이 잘 드나 드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만일 육지의 오염물질이 유입되거나

태풍은 물론 파도가 심한 곳에서 자라지 않는다.

게다가 염산이 근처에만 와도 녹아 버리는 무공해 식품이다.

 

 

명주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빽빽한 매생이

 

매생이와 김, 미역, 다시마, 파래, 톳, 모자반 등은 겨울바다에서 온갖 영양분을 간직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해조류들이다.

 

그중에 매생이는 녹조식물문 갈파래목 매생이속에 속하는 해조류다.

 

파래와 감태와 비슷하게 생겨서 혼동하는데 그들보다는 굵기가 훨씬 가늘다.

마치 개울에 낀 이끼처럼 매생이 발은 머리카락보다 더 가늘고 부드럽다. >

그 모습은 어린아이가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갈 때 풀어지는 여린 머리카락 같기도 하고,

참빗으로 잘 빗어 넘긴 여인네의 머릿결 같기도 하다.

 

매생이는 특유의 향기와 맛을 지녀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애용하였는데,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매산이(매山伊)로,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매산태(매山苔)로 소개되어 있으며,

특히 산어보에는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는 몇자에 이르고, 빛깔은 검푸르다.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매생이를 묘사했다.

 

▲ 썰물에 모습을 드러낸 매생이ⓒ 김준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아

 

매생이는 뭐니 해도 굴을 넣고 끓인 매생이국이 최고의 메뉴이다.

청정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맑은 물에 가볍게 헹구고 체로 걸러낸 후, 냄비에 적당량의 물을 붓고 마늘 서너 쪽을 빻아 넣는다.

생굴을 조금 넣고 끓이다가 끓을 때 매생이를 넣으면 된다.

거품이 뽁뽁 올라오면 국자로 한두 번 저은 다음 불을 끄고 간을 한 후 참기름 몇 방울 뿌리면 완성이다.

 

매생이국은 다른 음식과 달리 뜨거워도 김이 많이 나지 않는게 특이하다.

촘촘하고 가는 조직에 막혀 뜨거운 김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뜨거운 줄 모르고 덥석 삼켰다간 입천장이 벗겨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남도지방에서는 '미운 사위에 매생이국 준다'는 속담이 있으며 의문스런 사람을 '매생이국'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매생이  삶에 활력을 주는 힐링푸드

 

매생이의 주요 영양소는 가식부 100g당 열량은 237kcal, 단백질 20.6g, 철 43.1mg, 지방 0.5g, 칼슘 574mg 등이며,그밖에 칼륨,요오드 등 각종 무기염류와 비타민 A,C 등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식물성 단백 식품이고, 알칼리성 식품이다.

 

매생이는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힐링푸드'이다.

최근 수산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생이 추출물이 인체의 면역활성을 증가시켜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한'고 하였다.

 

이중에 고햠량의 철분에 의한 빈혈예방 및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며,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발육 촉진과 , 골다공증 예방 등 노인병에 좋다.

특히 술 마신 후에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서, 무와 같이 비타민 C가 많은 식품과 함께 먹으면 흡수가 더 잘 된다. 
매생이의 요오드 또한 니코틴을 중화하는데 효력을 지녔으며, 

뇌의 구성 성분인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뇌의 노화를 방지하고, 탈모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간장의 기능을 높여 우을증이나 육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

더구나 매생이에는 감칠 맛을 내는 글루탐산, 글리신, 알라닌 같은 아미노산과 젖산 성분이 듬뿍 들어있어 독특한 맛을 낸다.

그리고 , 열량은 그리 높지 않으면서 부피가 비교적 커서 금세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위궤양 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해조류에 들어있는 알긴산과 같은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내용물의 점성을 증가시켜 지질흡수를 저해하고,

소장에서의 담즙산의 재흡수를 방해하여 분변으로 스테로이드 배설을 증가 시킴으로서 체내 코레스테롤을 감소 시키며 대장에서의 식이섬유 발효대사 산물인 지방산이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방해 할 뿐 아니라 변비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 바닷물에 씻어 여인의 ‘쪽’마냥 모양을 만든다. ⓒ 김준

 

 

적과의 동침, ‘매생이와 김’

 

매생이는 파도가 심하지 않고 조류의 흐름이 약한 갯가에서 잘 자란다.

이곳은 김 양식이 발달하기 전 1960년대 대나무를 쪼개 만든 김발을 막았던 장소다.

자산어보에도 지적했듯 매생이는 김발보다 수면이 얕은 곳에서 자란다.

지금은 매생이가 비교적 대중화되어 회자되지만,

과거에는 남도의 갯가에 터전을 둔 주민들이나 먹는 음식이였으며,

일부 미식가들 사이에 알려졌을 뿐이다.

 

특히 김 양식이 완도경제를 좌우하던 시절에 ‘매생이’는 천덕꾸러기였다.

일본으로 수출하려면 눈치 없이 김발에 붙어 기생하는 매생이를 한 올 한 올 뜯어내야 했으니 어민들의 눈총깨나 받았을 게다.

아마 김양식에 종사한 어민들이라면 누구나 차가운 하늬바람에 맞서 김발에서 엉겨 붙은 매생이를 뜯어 낸 경험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지역 주민들은 “이것이 금덩이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작업장에서 ‘매생이 재기’를 만들며 눈치없이 섞여 올라온 김을 뜯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김과 매생이의 동침, 인생사가 그렇듯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효성16회 최순이님,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님

의 글을 발췌해서 올렸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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