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회사와 함정의 배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자스민, 무궁화, 베고니아, 군자란, 아카시아…….

물론 꽃 이름이다.

그러나 이 꽃 이름은 배 이름이기도 하다.

 

배와 꽃.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자만 명사의 성별을 구분하는 많은 언어에서 배를 여성형으로 표현하듯 배와 꽃은 잘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대한해운 LNG운반선

자스민호

 

우리나라의 많은 해운회사 가운데 ‘대한해운’은 이렇게 선박 이름으로 꽃 이름을 따서 짓고 있다.

거칠게만 느껴지는 선상 생활을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해주자는 의도이며, 여자가 꽃에 비유되듯이 배도 아름다운 꽃에 비유하였다.

배 이름에 꽃 이름을 사용하는 회사는 우리나라의 대한해운 이외에 일본의 ‘저팬라인’社가 유명하다.

 

선박의 이름은 조그마한 어선부터 해운회사의 대형상선(화물선) 및 해군과 해양경찰의 함정에 이르기까지 선사(船社) 또는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지어 진다.

그러면 지금부터 재미있는 배 이름 이야기로, 우리나라 및 세계주요 선사(船社)와 해양경찰 함정명(艦艇名)이 어떻게 지어지는 알아보자!

 

 

◎ 도시 이름의 한진해운 선박명…

 

한진해운의 1호선은 "정석'호이다.

조중훈 그룹회장의 호를 딴 배이름이며,

한진해운은 이후 한진함부르크호, 한진뉴욕호, 한진평택호 등 기항지(항구)를 중심으로 배 이름을 지어오다.

배가 늘어 더 이상 기항지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한진런던호, 한진베를린호, 한진오슬로호, 한진시드니호 등 각국의 수도 이름을 따서 지으며 철저하게 배 이름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진해운 콘테이너선 

한진보스톤호

 

한진해운 LNG선

한진수르호

 

◎ 도전적이고 웅장한 현대상선 선박명…

 

현대상선은 초기 현대1호선부터 23호선까지 숫자이름으로 한동안 배 이름을 짓다가,

이후에는 챌린저호,익스플로러호,파이어니어호 등 대체로 도전, 웅장, 대륙 등 중후 장대한 그룹의 이미지를 담은 이름을 사용하며 선종별 특성에 맞는 이름을 짓고 있다.

 

- 대형 광석 운반선           :자이언트호,코스모스호,아틀라스호 등 웅장함을 표현

- 자동차 운반선               :레전드호,호프라이드호,코러스호,썬호,메저스티호 등

- 천연액화 가스 운반선      :유토피아호,그린피아호,코스모피아호 등 환경친화적 이름

- 대형 유조선                  :밀레니엄호,유니버셜브레이브호, 현대스타호 등 도전적인 이름

- 미주항로 컨테이너 운반선 :인디펜던스호,리버티호,디스커버리호,프리덤호 등 미국을 상징하는 이름.

 

 

현대상선 대형유조선

현대스타호

 

현대상선 LNG운반선

현대유토피아호

 

 

◎ 한 눈에 쏙~ 옛, 유공해운 선박명…

 

우리나라 주요 해운회사들보다 회사 창립이 늦은 과거 유공해운은 후발주자로서 도전적인 이미지를 배 이름으로 사용하였다.

과거 유공 1호선은 업계의 리더가 된다는 소망을 담아 유공리더호로, 2호선은 개척자의 도전정신을 담은 파이어니어호로, 첫 번째 벌크선은 챌린저호로 지어 오다,

1990년대 이후에는 선종별로 이름을 구분하여 가스선G자, 석유제품 운반선에는 P자, 해상급유선은 벙커의 이니셜을 따서 B자를 앞에 붙여 사용했다.

 

 

◎ 시대별로 다른 옛, 조양상선 선박명…

 

과거 조양상선은 시대별로 선박 이름을 달리 지었다.

회사 창립기인 60년대에는 화합과 성장을 이룩해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한 바람을 배 이름에 사용했으나, 70년대에는 모닝스타호, 모닝파크호 등 회사의 이미지에 맞는 모닝시리즈로 지었으며,

이후 80년대 들어 세계적인 선사로 도약하기 위한 염원을 담은 조양챈스호(기회), 조양석세스호(성공) 등이 나왔으며,

90년대에 들어 정기 운항선사로 영광을 기원하는 빅토리호(성공), 자이언트호(거인), 월드호(세계)가 등장 했다.

 

 

◎ 조개껍데기 이름의 미국의 ‘쉘’社 선박명…

 

미국의 쉘 사는 조개껍데기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도 배 종류에 따라 머리글자를 달리 해 이름을 붙이고 있다.

쉘 사는 또 퇴역하는 배의 이름을 새로 지은 배에 붙여 이름을 물려받게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뮤렉스호는 4대째 물려 받은 이름으로 사람으로 말하면 뮤렉스4세 정도로 비교할 수 있다.

 

 

◎ 오페라 이름의 왈레니우스社 선박명…

 

스웨덴의 왈레니우스 사는 오페라 이름으로 배 이름을 지어 ‘오페라 선단’으로 불리고 있다.

왈레니우스호,아이다호, 티투스호, 카르멘호, 돈 주앙호 등 모두 오페라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 국가명 이름의 APL社 선박명…

 

미국의 APL 사는 APL워싱턴호, 루스벨트호 등 미국의 역대 대통령 이름으로 배 이름을 지어 왔으나,

국적을 다른 나라로 옮기고 부터는 기항하는 나라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APL이 보유한 배 중에는 코리아호도 있다.

 

 

◎ 그리스신 이름의 아르고나社 …

 

회사 이름을 그리스 신화에서 따서 지은 그리스의 아르고나 사는 배 이름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아테네의 수호신인 팔라스, 아폴로의 구애를 뿌리친 요정 라프네 이름을 붙여 아르고 팔라스호, 아르고 라프네호 등으로 짓고 있다.

 

 

◎ 태평양 섬 이름의 ICB社 …

인도네시아 선사인 ICB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태평양의 섬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이리안호, 민도르호, 플로레스호 등이 있다.

 

◎ 해양경찰 함정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현재 독도를 포함한 동해 해상에서 우리나라 해상치안 및 주권수호에 앞장서고 있는 5001함의 함정명은 독도의 옛 이름을 딴 삼봉호이다.

해양경찰 경비함정은 톤급별 명칭을 지정하여 취역순서(또는 함정번호순서)로 다음과 같이 부여하고 있으며 특수함정의 명칭 및 번호는 그 용도와 취역 순위에 상응하도록 따로 부여하고 있다.

 

해양경찰 함정명

 

해양경찰 5001함

삼봉호

 

해양경찰

P-135정

 

우리나라 해운업계에서는 배 이름에 시(Sea・바다)라는 단어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사람의 성씨에 하늘 천(天)이나 땅 지(地)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이다.

신(神)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만 이름을 짓는 것이다.

 

1995년 우리나라 여수연안에서 좌초되어 대규모 기름유출사고를 일으킨 시 프린스호(Sea Prince・바다의 왕자)와 영국북해에서 침몰한 시 엠프레스호(Sea Empress・바다의 여황제)의 좌초사고도 바다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 화근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름을 잘 지어야 운도 트이고, 출세한다는 말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동서양이 다를 수 없다.

 

부르기 좋은 이름이 듣기도 좋고, 그래야 운도 따른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름 짓기는 더욱 철학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미신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조심해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계속 지켜 질 것이다.

 

 

해양경찰청 정책기자 류경우

(※ 참고자료 : 채수종 著『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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