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밀림’ 잘피 숲 되살아난다.

오염으로 줄어 들던 물풀군락지 장흥 청등포에선 10㎢ 넘게 늘어...

 

전남 장흥군 옹암마을 어민 박종태씨가 청등포 갯벌에서 뽑은 잘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하루에 4~5㎝씩 자라는 잘피는 물의 깊이에 따라 어른 키 이상으로 크기도 한다.

[프리랜서 오종찬]

 

 

2일 오후 3시쯤 전남 장흥군 대덕읍 옹암마을 앞 청등포.

썰물로 드러난 갯벌을 지나 먼 발치로 보이는 바다가 검다.

어촌계장 박종태(66)씨는 “저게 전부 잘피 밭”이라고 말했다.

배를 타고 3분가량 가자 사방이 온통 물풀 들판이다.

벼처럼 긴 이파리들이 절반 쯤은 수심이 낮아진 물 위에 누워 있다.

 

배 엔진 소리에 놀란 물고기가 여기저기에서 물 밖으로 튀어 오른다.

“잘피 숲 속에서 봄에는 어미들이 산란하고 새끼 고기가 숨어서 자라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물고기는 깊은 바다로 나갑니다.

장흥 앞바다에 전국의 바다 낚시꾼이 몰리는 이유입니다.”

 

박씨가 하루 전 설치한 통발들을 건져 올렸다.

잘피가 있는 곳에 설치된 통발에서는 참돔·농어·망둥어·바닷장어·돌게·소라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전어·우럭·문어·낙지·꼬막·바지락도 많이 나는 황금어장”이라며, “잘피 숲 덕분”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의 김정배 박사는 “잘피 숲은 물 흐름이 약하고 플랑크톤 등 먹이 생물이 많아 어패류의 산란장과 새끼 고기의 은신처·성육장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청등포에는 과거엔 ‘바다의 열대 우림’ 잘피가 많았으나 수질 오염으로 감소했다.

그러다 몇 년 사이 다시 늘어 군락의 면적이 10㎢가 넘는다.

수위가 낮을 때는 스크루를 감아버려 배가 오도가도 못할 만큼 무성한 곳도 적지 않다.

잘피는 하루 2~3㎝씩 자라 2m 이상 되고, 번식 또한 왕성하다.

해조류로서는 드물게 펄에 내린 뿌리로 영양분을 흡수한다.

겨울철의 미역·김처럼 계절적으로 번성했다 사라지는 일반 해조류와는 달리 연중 바다 속에 숲을 이룬다.

이명흠 장흥군수는 “잘피 서식지가 늘어난 것은 바다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라며 “해양 생태 관광과 체험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잘피는 1970년대까지는 수심 약 5m 이하의 연안에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하지만 수질 오염과 어패류 양식, 간척, 바다 밑을 긁는 마구잡이 어업으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전남 완도군 고금도·소안도, 광양만에서 대규모 군락지가 확인됐다.

거제시와 울산은 다대포 갯벌·태화강 하구에 모내기 하듯 일일이 이식해 잘피 인공 복원에 나섰다.

제주시는 지난해 3월 구좌읍 하도리 하수종말처리장 주변 바다 5000㎡에 잠수부를 동원해 잘피를 이식했다.

잘피는 93년 세계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다년생 해초로 선정됐고,

2007년에는 정부가 지정한 보호대상 해양 생물 46종 가운데 하나가 됐다.

 

출처: 장흥=이해석 기자 ,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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