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땅을 먹어버리고 있다!"
러시아 북극해 지역 틱시에서 수천년 동안 살아온 에벤키 부족 사람들은 요즘 얼음이 녹고 있는 북극해를 보며 이렇게 외친다.
북극해의 해안선은 해마다 5~6m씩 마을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언젠가는 마을 전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애태우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주변 국가들이 얼음 밑에 잠겨 있던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 쟁탈전'에 나섰지만,
뒤편에선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20일 < 뉴욕타임스 > 가 전했다.
북극해에 접한 국가는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아이슬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8개국이다.
북극해 지역에는 약 400만명이 살고 있다.
녹아내리는 마을들
전체 영토의 20%가 북극해 지역 안에 있는 러시아는 이미 국가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북부 지역의 주택과 공장, 송유관 등 모든 시설이 영구 동토층의 얼음 위에 지어져 있어,
여러 마을과 도시 전체가 가라앉고 있다.
러시아 북부 탄광도시인 보르쿠타의 주민 리우보브 데니소바는
"아파트 벽이 갈라지고 천정과 창문은 다 뒤틀렸다.이 지역 집들은 대부분 마찬가지"
라고 한숨을 쉬었다.
미국 정부도 알래스카에 있는 이누이트 원주민들의 해변가 마을을 이주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다.
에벤키와 이누이트 등 북극해의 원주민들은 5천년 넘게 이 곳에 살면서 얼어붙은 바다 위로 썰매를 타고 이동하고 사냥하고 얼음집을 지었지만 지난 10여년 사이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기술 개발과 국가 간 경쟁으로 이 지역 원유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유조선들이 오가고 있으며,
원유 누출사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2천만톤의 원유가 이 지역을 통과해 운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이미 유조선이나 LNG운반선이 주 수입원인 어장을 휘젓고 다니거나 어구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석유 열기와 북극해 쟁탈전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북극해의 빙하는 금세기 안에 모두 사라지고,
이곳은 지중해의 5배나 되는 거대한 바다로 변하게 된다.
얼음 때문에 탐사·채굴이 어려웠던 원유, 가스를 쉽게 생산할 수 있고 운송하기도 쉬워지기 때문에 주변 국가들과 대기업들의 '자원 전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국립지질연구소는 전세계 미발견 원유 가스의 4분의 1이 북극해 지역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아직 이 지역의 해양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 8개국은 앞으로 일어날 영유권 분쟁에서 더 넓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주장하기 위해,
수중음파탐지기를 단 쇄빙선과 잠수함을 동원해 대대적인 탐사를 벌이고 있다.
북극해에서는 아시아와 유럽, 북아메리카와 태평양, 대서양이 맞닿아 있어 북극해가 녹는다면 이들 지역을 최단거리로 잇는 해상교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부풀고 있다.
북극해 항로를 개발하면 수에즈운하나 파나마운하에 버금가는 황금 노선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엔환경프로그램은 2001년엔 북극해 지역의 15%에만 원유·가스 탐사, 항구, 산업시설이 있었지만,
2050년에는 80%가 이런 시설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알래스카 출신의 기후학자인 찰스 월포스는 황량한 풍경 대신 곳곳의 유전과 송유관들이 북극의 특징이 될 것이라며, "더이상 북극은 없다"고 말했다.
출 처 : 한겨레(http://www.hani.co.kr)
글쓴이 :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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