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들 중에는 갯민숭달팽이와 납작벌레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수중사진을 도감출판이나 학문적인 목적에 활용하고자 운영되고 있는
DEPC(디지털 에코 포토 클럽)의 홈페이지(www.depc.co.kr)에 많은 수중사진 다이버들이 사진을 올리지만,
납작벌레를 갯민숭달팽이로 잘못 알아서 연체동물 항목에 게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갯민숭달팽이와 납작벌레를 구분할 수 있도록 납작벌레에 대해서 좀 자세히 알아 보자.
갯민숭달팽이는 연체동물 중에서 복족류(조개, 고둥, 오징어 등)로 원래 패각이 있었지만,
진화 과정에서 패각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연체부만 남아있다.
그러나 납작벌레(Platworm)는 연체동물과는 전혀 다른 편형동물 문(扁刑動物 門, Platyhelminthes)에 속하는 동물이다.
편형동물은 말 그대로 납작한 벌레라는 뜻이다.
이들은 좌우 대칭이면서 상하로 납작하고 부드러운 육질부의 몸체를 가지고 있다.
몸체는 가늘고 짧은 섬모(纖毛, cilia)로 덮혀있는데,
복부쪽이 더 길어서 이동하는데 이용된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연체동물중에서 갯민숭달팽이랑 구분이 별로 안된다.
그러나 차이점이 분명히 있다.
납작벌레는 호흡촉수를 가지고 있는 갯민숭달팽이와 달리 특별한 호흡 기관이 없다.
따라서 피부 전체로 호흡을 한다.
또한 입과 항문이 구별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구멍으로 먹이를 먹고 배설한다.
그리고 갯민숭달팽이는 뚜렷한 안점과 촉수가 있지만 납작벌레는 머리가 있기는 하지만 안점과 촉수가 두렷하지 않다.
눈이나 촉수가 없는 것들도 있지만 있다고 해도 갯민숭달팽이의 촉수처럼 분명한 가지가 솟아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기가 있는 머리 주변의 피부가 접혀져서 촉수의 역할을 한다.
이를 위촉수(僞觸手, psedotentacle)라 한다.
납작벌레들 중에서 화려한 색상을 갖는 것들은 갯민숭달팽이나 마찬가지로 포식자들에게 맛이 없으니 먹지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들은 복어와 마찬가로 강력한 신경독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도 죽으면 독성물질을 급속히 방출하는데 종종 수족관에 있는 모든 해양생물들을 다 죽이기도 한다.
따라서 수족관 관리자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은 또한 갯민숭달팽이를 흉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한 독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인데도 갯민숭달팽이를 흉내내는 것은 납작벌레들에게는 자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포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포식자들에게 충격을 주어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반면,
맹독은 포식자를 죽게 만들므로 학습의 효과면에서는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납작벌레들은 보통 여러 종류의 군체멍게류와 자신보다 작은 해양동물들을 포식하며,
종종 다른 납작벌레들도 먹는다.
이는 먹이가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납작벌레들 중에는 공생하거나 기생하는 종들이 많지만,
보통 다이버들이 갯민숭달팽이와 혼동하는 종들은 자유 생활을 하는 독립 종들이다.
2005.5/6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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