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막장 짝짓기 드라마
 
스코틀랜드 북부 노스로나 섬의 해안에 검은 회색 카펫 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읍니다.
그것은 바로 바다표범들 입니다.
 
바다표범은 수컷 한 마리가 7~8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로 유명하죠...
바다표범 수컷의 체격은 대략 키는 2.2미터, 몸무게는 300kg의 거구로 다른 수컷들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모래가 곱고 바람이 불지 않는 명당(?)자리에 자신의 구역을 차지할 수 있는 영예를 안게 되고,
또 그로인해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게 됩니다. 
(마치 인간들처럼 좋은 집, 좋은 차가 있으면 결혼 상대로 인기가 있는 것 같이...)
결국  좋은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 끼리 피 흘리며 싸우는 이유는 다 암컷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랍니다.  

해변에 구역을 정하고 나면 암컷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되고,
이를 거역하게 되면 육중한 수컷의 몸통에 눌리는 등 제재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암컷들이 전부가 그의 자식만을 낳지는 않는다는게 인간세상이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수컷 바다표범이 암컷을 통제한다고 해도 결코 100%자신의 자손 만을 번식시키지는 못 한다는 것 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 무리들을 보니,
수컷에게 스스로 다가오는 암컷은 없었으며,
또 몸무게가 육중한 일부 암컷들은 오히려 영역의 가장자리에 머물고 있는게 눈에 띄네요..
마치 그 암컷들은 수컷의 감시를 피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처럼....

사실 바다표범 수컷의 한무리에 대해서 친자 확인 검사(?)를 실시한 바,
결과는 인간이나 바다표범이나 별로 다를 바 없었답니다.
 
아기 바다표범의 3분의 1이 그의 자손이 아니었다.
(인간사회에서 친자 여부 확인을 의뢰한 열건 중 셋은 실제로 친자가 아니더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있읍니다.)
암컷들은 어두운 밤, 안개가 짙은 밤, 그리고 때로는 낮에 물속에서 연인을 만나 사랑을 나눠왔던 것입니다.

사실 암컷을 많이 거느리는 것은 꼭 좋은 일 만은 아닙니다.
늘 다수의 암컷들을 감시해야 하고,
도전하는 다른 수컷들과 결투를 벌여야 합니다.
짝짓기 시기에는 물고기 사냥도 나가지도 못하고,
더구나 이렇게 쟁취한 왕(?)의 자리는 고작해야 2~3년, 그 뒤로는 뒷방 신세랍니다.
그리고 그들의 수명은 15세정도 뿐이 되지 않읍니다.
하지만 남의 암컷을 몰래 만나며 자식만 낳은 카사노바 같은 얌체 수컷들의 경우에는
수명이 40세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바다표범의 물고기 사냥.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런 것을 볼 때에 체구가 크고 힘이 좋은 능력 있는 수컷들 만이 자손을 퍼트리는 것은 아닙니다.
바다표범 뿐 아니라 다른 동물과 곤충들 사이에서도 힘없고 작은 수컷들이 자기 종족을 퍼트리기 위해 갖은 방법과 노력을 기울입니다.

연어의 짝짓기에서도 몸집이 작은 연어 수컷들 경우에는 큰 수컷들이 교미를 할 때 주위를 빙빙 돌다가 순식간에 사정을 하고 도망가는 방법으로 도둑장가(?)를 갑니다.

수컷 빈대들은 좀 더 엽기적인 일을 벌이죠...
아프리카 빈대인 자일로카리스는 다른 수컷에게 정자를 사정하는데,
일종의 동성 강간으로 보이는 이 행위의 목적 역시 자손 번식에 있답니다.
다른 수컷에게 사정된 정자는 상대의 수정관 혹은 정관 속으로 이동해 살아 있다가,
암컷과 직접 교미하지 않아도 이 수컷이 암컷과 교미할 때
본인의 정자와 함께 암컷에게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다른 수컷들을 자신의 정자를 전달하는 배달부로 사용하는 것이죠...
 
혼외성교를 막기 위한 동물들의 몸부림 역시 처절합니다.
검은날개물잠자리와 난쟁이문어 그리고 일부 상어는 암컷과 교미하기 전 특수한 음경이나 촉수를 사용해 다른 수컷이 남긴 정액을 제거한 후 사정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암컷이 여러 수컷과 교미 할 경우에는 맨 마지막에 교미한 수컷의 정자가 수정에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정자가 수정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잦은 교미를 시도하는 수컷들도 있고,
일부 수컷들은 교미 후 분비물을 이용해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는 정조대 역할을 하는 교미마개를 만들기도 합니다.
암컷들이 다른 수컷에게 눈을 돌리지 않는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노력들이겠지요...

불륜, 패륜, 강간, 강제 낙태 등 어이없는 설정들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들....
사실 알고 보면 동물세계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일들 입니다.
그래서 인간도 동물이니 당연하다고 웃어 넘기기란 어딘가 껄끄럽지만 합니다.
 
글 : 이소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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