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맛을 더하는 하향 조류와 상승 조류
Descent and Ascent Current

 

 

아포 섬의 코코넛 포인트 하향조류

항상 좋은 긴장감 - 듀마게티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필리핀의 듀마게티가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다이빙 목적지로 다가 왔다.
가까운 후배의 절친한 지인이 그림 같은 리조트를 오픈했다는 이유도 있을 테지만,

맘에 끌리면 한 두 번 방문으로 성이 안차는 내 욕심 때문에 여러 번 연거푸 가서 그런지 모른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으로 갈아 타고 남쪽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듀마게티는 필리핀 가장 남쪽에 반군의 섬으로 알려진 민다나오가 바다 건너 보이는 네고로스섬의 수도이다.

2개의 종합대학과 십여 개의 공립 학교가 있는 필리핀 제2의 교육의 도시 듀마게티는 깨끗하고 치안이 비교적 안정된 도시로 알려져 있다.


듀마게티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섬 아포는 섬 주변에 10여 개의 훌륭한 포인트가 있지만,

그 중 코코넛 포인트는 갈 때마다 맘이 설레며 하루에 두 번 연속해서 들어가도 새롭다.

찌그러진 사다리꼴의 섬 북쪽 면에서 입수하여 서쪽의 모서리를 돌아 출수하게 되는 이 포인트는 대부분 튀어나온 모서리를 도는 다이빙 포인트가 그렇듯이 조류가 세고 변화 무쌍하기로 유명하다.

 

시파단처럼 잭피쉬나 바라쿠타 떼, 그레이 리프 상어 등 대형 어류들은 항상 만날 수 있고,

거북, 바다 뱀, 유니콘 휘시등 다양한 종류의 바다 생물들뿐 만 아니라 조류가 약하든 세든 어김없이 하향조류도 경험할 수 있는 등 입수 직전에 밀려오는 긴장감은 최고이다.


다이빙 도중에 만나는 하향조류


입수 지점은 섬 주민들이 쳐놓은 대형 대나무 통발에 묶은 줄을 잡고 20m 수심으로 완만한 스루프를 따라 하강한다.

강풍에 휘날리는 빨래 줄에 빨래처럼 매달려 내려가는 날이면 엄청난 다이빙을 기대해도 된다.

하강 줄을 놓는 순간부터는 수심과 전진 방향,

그룹과 헤어지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줄 풀린 연처럼 날아가야 한다.

고공에서 낙하한 스카이 다이버의 기분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입수 후 10분쯤 지나 완만한 스루프가 꺾이는 코너에 가까이 오면 조류의 방향이 가파른 스루프를 따라 깊은 수심으로 다이버를 밀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 재빨리 바닥 가까이 몸을 숙이고 포복하는 자세로 20미터에서 15미터로 수심을 조절하여 전진하면 온갖 움직이는 생물들이 마스크 앞으로 쏟아진다.


다이브 마스터가 정지 신호를 보내오는 그 곳,

하얀 모래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듯한 가파른 계곡이 바로 강한 하향조류 발생지역이다.

아직까지 폭포수 같다는 하향조류는 이곳에서 경험 하지 못했지만 오래 전에 썬 스포츠의 김광휘 고문이 60m까지 하향조류를 경험했다던 바로 그 곳임에 틀림없다.

하얀 모래 계곡을 건너면 대형 바라쿠다 떼가 하늘 가득 덥고 있다.

평화스런 다이빙 마무리


어느덧 코너를 완전히 돌아 벽을 따라 전진하다 보면 연산호와 경산호가 어우러져 작고 큰 곰치, 바다 뱀, 거북, 나폴레온 피시, 대형 가리발디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수심을 조절하기 위해 벽에서 스루프쪽으로 올라서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물이 전혀 흐르지 않고 핀킥이 힘들어진다.

움직이는 물고기 개체수는 줄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산호 밭이 어디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갖 종류의 산호 군락을 볼 수 있다.

몸을 못 가눌 정도의 변화무쌍한 조류에 몸의 균형만 잡으면서 자동 전진하다가, 갑자기 나의 핀킥으로 추진력을 만들어 전진하려니 지루함이 꼼지락거린다.

이 때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레 다이버들은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다이빙의 마지막 부분은 초반의 긴장감을 잘 달래주는 평화스러움 그 자체이다.

역동적이던 초반부에 비하면 후반부는 수족관이다.

건강해서 더욱 화려한 산호들이 코앞에 펼쳐지는 안전 감압 시간은 지루함이 전혀 없다.

화사한 수면으로 머리를 들어올리면 눈앞에 벙커 보트가 사다리를 내린다.

이 맛에 다른 포인트를 제치고 오후에도, 다음날에도 또 찾아간다.



언제나 두려운 Fish Bowl과 캐년 포인트의 하향조류
해외 다이빙의 원조 사방비치


우리나라 다이버들에게 해외 다이빙의 역사를 연 필리핀 푸레토 갈레라의 사방비치는 훌륭한 포인트가 산재해 있다.

그 중에 캐년 포인트는 웅장하고 조류가 항상 세며 때론 장마철 팔당댐물의 흐름을 연상케 하는 날도 있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대형 어류들을 꼭 만나면서 드래프트 다이빙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급행열차 같은 물의 흐름


대부분 입수장소로 서쪽 에스카르세오 곷이라는 수심이 얕고 물 흐름이 막혀있는 조용한 곳에서 이뤄진다.

그곳에서 부터 급행열차 같은 물의 흐름을 타고 다이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바위 속의 구멍 ‘홀 인더 월’을 지나면,

수심은 점점 깊어지고 수려한 계곡들을 여러 차례 건너 시간적으로 다이빙을 마무리 져야 할 즈음 ‘Fish Bowl’ 에 다다른다.

 

바위가 둘러싸여 밥그릇 모양을 하고 있는 Fish Bowl 포인트를 소개하는 책자에는 수심이 45m 라고 나와 있는데,

웅덩이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쉽게 40m나 되는 깊은 곳이다.

이런 깊은 수심에도 불구하고 강한 조류에 몸을 숨기면서 대형 고기들의 무리 지어 있는 환상적인 광경을 보기 위해 또는 뒤쳐진 동료 다이버를 기다리기 위해 항상 머무르게 된다.
조금 더 깊은 아래쪽 단층계곡에는 커다란 앵커가 우뚝 박혀있다.

날렵하게 말라서 공기를 덜 쓰는 깡 좋은 다이브 마스터의 안내를 받는 날이면,

다이버들의 잔여공기에 아랑곳 없이 앵커 쪽을 가리킨다.

썰물처럼 물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 앵커를 만지기 위해 이동하기란 웬만한 오리발 차기로 쉽지 않고 공기 소모도 많아 항상 망설여 지는 곳이다.

공기뿐 만 아니라 무감압 한계시간 때문에 상승을 서둘러야 하기에 더욱 조급해진다.

상승 시엔 수심계를 눈앞에


서로 공기를 체크하느라 부산한 가운데,

동료 다이버들의 공기가 얼마 있을까 조바심 하면서 상승을 시작한다.

상승을 하면서 멀어지는 바닥을 보며 맘을 놓으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이때 다이버는 몸으로 느끼기 힘든 거대한 하향조류와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오리발 차기로는 상승을 하지 못하고 먼 바다 쪽으로 밀려 점점 내려간다.

바닥이 멀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라고 착각을 하지만 다이버는 오히려 하강 또는 제자리에 있게 된다.

상승이 안 되는 것을 확인한 다이버가 급히 B.C.에 공기를 넣고 힘껏 오리발을 차게 된다.

하강 조류는 길게 형성된 물의 띠 같은 모양으로 지형지물과 같은 각도로 아래 쪽으로 흐른다.

수직으로 상승하는 다이버는 어렵지 않게 탈출 가능하지만 하향 조류의 힘에서 벗어나게 된 다이버는 양성 부력으로 급상승의 위험이 있다.

이곳에서의 상승은 항상 수심계로 확인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소시지가 꼭 필요한 안전 감압 정지


대부분 다이버들이 조류에 의해 섬에서 멀어지고 하향조류를 거슬러 올라오는 시간차 때문에 흩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안전 감압 정지 중에 소시지를 사용하여 배에 위치를 알려줄 뿐 만 아니라,

전속력으로 지나다니는 다른 보트에 다이버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안전하다.


캐년 다이빙은 여러 훌륭한 포인트가 가까이 몰려있는 남성적 포인트임에 틀림없다.

조류가 없는 날이면 오리발 차기로만 Fish Bowl까지 다다를 수 없는 데다가 대형 고기도 만날 수 없지만,

조류가 있는 날이면 대부분의 다이브 마스터들이 욕심을 내어 앵커까지 다이버들에게 보여주려 한다.

다이빙의 마지막 부분이 대심도 이기 때문에 상승 직전에 여유도 없고 특히 마지막에 상승도중에 항상 만나는 하향조류가 다이버들에게도 무척 위험한 함정이다.
리조트로 돌아오는 보트에서 캐년 포인트의 웅장함과 스릴을 강조하며 너스레 떠는 다이브 마스터를 보며 나는 항상 고개를 가로 젓는다.

사실은 다이빙 마지막 부분의 여유가 다음 다이빙을 유혹 하는데……



상승조류와 팔라우 블루 코너
다이빙 명소 팔라우


사진에서 보는 팔라우의 락 아이랜드 모습과 물 색깔은 다이버에게 더없는 유혹이다.

비행장이 있는 팔라우의 수도인 코로 주변 리조트를 이용하면 다이빙 포인트들이 먼 것이 흠이지만 다이빙의 만족도가 한 시간 보트 라이드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팔라우 다이빙의 대명사인 블루 코너는 명성 그대로 웅장하고 항상 가슴 설레게 한다.

물론 뻥 뚫린 시야와 환상적인 물빛, 상어와 대형 물고기 떼들도 마음을 사로 잡지만 이곳의 상승조류는 어느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한다.
상승조류가 약하거나 없는 시간이면 절대 세계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없다.

상승조류가 세면 셀수록 대형 물고기와 상어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고 이것을 만끽하려면 조류 걸이에 몸을 고정시키고 수족관 속의 상어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상어들이 다가오기만 기다려야 한다.

상어들에게는 다이버들이 줄을 바위 틈새에 걸고 정면으로 부닥치는 상승조류를 온몸에 받으며 허공을 주시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런 광경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상승 조류 없을 땐 고기떼도 없다.


입수는 블루 코너를 가운데 두고 물의 흐름에 따라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결정된다.

물이 안 흐르더라도 다이브 마스터의 경험으로 방향을 결정하게 되지만 운이 많이 작용한다.

생애 최고의 블루코너를 경험하던 날도 막 다이빙을 마친 팀들이 전혀 물의 흐름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서 입수 한 날이었다.

다이브 마스터가 적당히 결정하고 나중에 운으로 돌리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입수 하는 방향과 시간을 결정하는데 관심을 보여 맥 빠진 블루 코너보다 역동적인 순간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맞추도록 노력 해야 한다.


4년 전 빅블루 리브어보드로 다이빙을 할 때 6일간 28회 다이빙 중 7번을 블루코너 다이빙 했지만,

그 중 두 번만이 멋진 상승 조류에 조류 걸이를 제대로 걸고 상어들을 촬영하였다.

최근 전세기 취항이래 4일씩 다이빙 했던 두 번의 투어 중 매일 하루 한번씩 블루 코너를 찾았지만,

단 한번만이 4년 전의 감동과 비교되었다.

공교롭게도 오른쪽 어깨를 벽에 두고 블루 코너로 향할 때만 성공하였다.


입수는 직벽 바로 전,

한쪽이 케익을 V자로 파먹은 모양을 한 조류가 없는 계곡 사이에서 시작된다.

일행이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면서 카메라뿐 만 아니라 조류 걸이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는 여유로운 곳이다.

블루 코너 쪽으로 조류와 함께 유영 할 때 벽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상승 조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몸이 벽 쪽으로 밀린다고 느끼면 순식간에 상승 조류에 떠 받쳐 리프 턱 마루에 오르게 된다.

가능하면 코너 가운데 가까운 리프 면에서 조류 걸이를 걸고 상어 떼를 구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벽에서 멀리 유영하며 코너 가운데 쪽으로 전진한다.
그룹다이빙에서는 항상 한 두 명의 다이버가 상승조류에 밀려 리프 턱으로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 버리게 되고 이 때 다이브 마스터는 조류 걸이를 꺼내라는 신호를 보내며 턱 마루에 자릴 잡게 된다.

너무나 많은 다이버들이 조류 걸이를 거는 장소이므로 마땅히 걸칠 부분을 찾기 쉽지 않다.

이 때 바닥을 향해 몸을 숙이면 조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부력조절기에 적당히 바람을 넣으면 몸이 뜨게 되고 튼튼치 못한 줄은 자칫 끊어지게 되므로 조류가 센 날 또는 초심자는 자세를 낮추도록 해야 한다.

특히 조류 걸이 장소는 수심이 간조 때는 18m에서 20m로 깊기 때문에 잔압 체크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리더들은 마지막에 조류 걸이를 푼다.


다이브 마스터의 신호로 걸이를 풀고 조류를 타고 뒤로 밀려가면서 상승을 할 때,

강사나 리더들은 가장 늦게 걸이를 풀도록 해야 한다.

만약 초보자가 마스크를 벗길 만한 강한 맞 조류에서 조류 걸이를 푸는데 실패했다면 쉽게 패닉이 와 위험한 상황으로 변할 수 있다.

이미 걸이를 풀어 버리고 뒤로 밀려간 뒤 위기의 동료를 위해 앞으로 전진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상승은 자연스럽게 리프 뒤쪽으로 밀려가면서 하게 되는데,

항상 ‘빅 조’라고 이름 지어진 나폴레옹 피시를 만날 수 있다.

모래 강도 보이고 조그만 동굴에 리프 상어가 꼼짝 않고 누어있는 모습도 쉽게 발견한다.

상향조류를 맞으며 온갖 고기떼 속을 유유히 유영하는 상어떼를 관찰하는 장면을 그리면서 안전 감압하는 기분은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고 수면에 머리를 내민 후 터지는 즐거운 비명이 지금도 귀에 아른거리는 듯 하다.

 

출처:수중세계 (http://www.uwworld.co.kr) 글: 이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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