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가 동해안을 먹어치우고 있다.

동해안의 경북 포항지역에서부터 휴전선 부근인 강원도 고성까지 바다 어장(漁場)이 성게로 인해 초토화 되고 있다.

바다 밑바닥에 붙어있는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성게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바람에,

바닷속 바닥이 사막처럼 허옇게 변하는 '갯녹음'(백화·白化)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동해안 전체 마을 어장의 15% 이상이 갯녹음 현상에 시달리고 있고,

삼척시 원덕읍 호산·비화·임원 등 3개 마을 어장은 갯녹음이 나타난 면적이 6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일대 어장의 바닷속 바위에는 해조류가 사라진 채 검은 성게만 뒤덮여 있고,

물고기도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호산항 어민 김만억씨는 "갯녹음이 심해지면서 어획량이 예전의 3분의 1로 줄었다. 어업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해녀들의 주 수입원인 해삼과 전복 채취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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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바위 위에 검은 성게만 가득한 모습.
경북 포항 바닷속의 해조류를 성게가 먹어치우는 바람에‘갯녹음’(백화?白化) 현상이 발생하면서 황폐화되고 있다.
 동해수산연구소 제공

실제 동해수산연구소가 고성군 대진 해역에서 해조류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5년 우뭇가사리와 보라잎, 잎파래 등 20종에 달했던 해조류가 작년엔 11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2003~ 2005년 지방자치단체와 어민 등이 바닷속 해조류 자원량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성게 62만여 마리를 동해안 일대에 대거 살포했기 때문.

다 자란 성게를 잡아 일본에 수출할 요량이었지만,

값싼 중국산 성게로 경쟁력을 잃게 되자 어민들이 채취를 줄였다.

또, 성게의 천적인 돌돔 같은 어종이 그간 남획된 데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철 수온이 상승,

해조류 번식에 좋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성게 방류를 중단하고 바닷속 해조류 인공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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