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마레스)의 홈페이지가 개편되기 전에 어느 강사 분이 대웅홈페이지에 남긴 글입니다.

 

현재의 홈페이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더 이상 안 쓰셨는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안쓰셨는지,

아니면 제가 게을러서 8회까지 밖에 못 찾아서 보관한건지는 모르지만,

 

쓰다만 글 같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6년이 지나 이제 이글이라도 올리려 합니다. 


초보다이버 교육일기 (1)

믿거나 말거나 나는 강사다.
무슨 강사긴, 스쿠바다이빙 강사지. 일부에서는 스쿠버라고도 한다.
대웅(마레스) 광고에 스쿠바라고 나오는 것을 보면 스쿠바가 맞는 말이라 믿는다.
그리고, 스키 강사가 마레스 홈페이지에 이런 씨잘데기 없는 글을 올리겠는가?

이 글은 한 학생을 강습하면서 생긴 일들을 두서 없이 적은 글이다.

근자에 한 학생의 교육을 마쳤다.
과거 같으면 주변의 친구들을 모아 오라고 권유를 하던가,
다른 교육생이 모일때까지 이 핑게 저 핑게 대면서 기다리라고 하였을 터인데,
이 불경기에 한 명이면 어떻고 두 명이면 어떤가.
잘 교육시켜서 장비 한 세트 팔고 투어 열심히 다니면 되지.

하지만, 그 교육생은 이미 아는 사람을 통해 장비를 다 구해서 왔다.
게다가, 작은 무역회사에 다니는데,

바빠서 투어 다닐 시간도 내기 힘들단다.
이럴수가!!!!

'그런데, 다이빙은 왜 배우시려고요?그것도 하필이면 제게?'

이 말이 목구멍가지 튀어나왔으나 참았다. 강사 이미지 관리상.
솔직히, 강사가 먹고 사는 벌이의 근원이 무엇인가?

난 프로다.

프로는 돈에 움직이는 존재.
하지만, 프로 강사의 양심상 강습을 날날이 처럼 할 수도 없는일!!!
게다가, 다행히 난 근자 시간이 많았다.

어디서 만나나요?
수영장 입구요.
준비물은요?
수영복이요.
그게 다인가요?
그럼, 더 뭐 필요한게 있나요?

그러면 가지고 와요...
그리고, 장비도 다 챙겨오세요.

일단 학생과의 대화에서 기선을 잡아야 한다.
간단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은 후에 우리는 약속 시간을 정했다.

 

수영장에서 만났다.
평소 같으면 여자 교육생의 장비는 내가 챙겨주지만,

독립심을 기른다는 미명하에 직접 들게 했다.
워나기 내가 판 장비도 아니지 않는가?

막상 교육생의 장비 가방을 열고 보니,

'어라~ 내 장비보다 좋은걸?' 은근히 화가난다.

저것들을 내가 팔았어야 하는데,

하지만, 얼굴 표정관리를 하고는 '장비 잘 구입하셨어요. 안목이 있으시군요'

오늘은 추석 연휴의 시작이다.
나도 다른 강사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어제 밤에 장비를 열심히 챙겼다.
강사라는 직업을 택하고 나서 가족들과 격게 된 첫 문제점이 주말,

특히 연휴와 붉은 날짜가 연달아 있는 명절에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사정 모르는 남들은 놀러 많이 다녀서 좋다고 말들을 하지만,

어디 해보라지.
우리 물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교육과 장비 판매 그리고 투어가 주요 돈벌이다.

능력이 되시는 분들은 작업으로 나머지 공백을 채우기도 하지만,

나처럼 연줄 없고, 작업 능력도 없는 강사들은 꿈도 못 꾸는 이야기.

몸이 축나는 것은 잘 알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쩌랴.

수중촬영으로 돈을 버시는 분들도 있다는데, 카메라나 비디오의 가격이 얼마인가?

그래서, 많은 강사들이 부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전화기도 팔고, 보험도 팔고, 노가다도 뛰고, 물건도 팔러 다닌다.
혹자들은 이 직업을 자신의 생명(기)과 돈을 바꾸는 직업이라고도 한다.

남들 보기에 화려하고 멋져 보이는 이 직업의 숨어있는 고뇌를 사람들은 얼마나 이해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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