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은 계절!
산호초와 그리고 해저동굴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생각만 해도 찜통 더위를 싹 날려 버릴듯하다.
위에서 보는 바다도 아름답지만, 해저로 내려가면 그 곳만의 독특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바다 속 10~30m까지 여행하는 스쿠버 다이빙은 일반인들도 1시간 정도 간단한 교육을 받으면 전문가들의 안내를 받아 바닷속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일주일 가량의 강습을 받고 자격증을 따면 ‘바닷속 자유여행’을 떠날 수 있다.

물 속에 들어가면 우리 몸은 여러 가지 변화를 겪게 되는데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귀가 멍멍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나 기차가 터널 속을 빠르게 달릴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물에서는 수심 10m마다 1기압씩 압력이 높아지게 되는데,
우리 몸이 여기에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 콧구멍과 입을 막고서 숨을 거세게 내쉬면 ‘펑’하고 귀가 뚫리게 되는데,
이 같은 동작을 ‘이퀄라이징’이라고 부른다.
능숙한 잠수부들 역시 바다 속으로 깊이 내려갈 때마다 이 동작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적응시킨다.

물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으면 공기통을 둘러메고 본격적으로 바닷속을 탐험해 보자.
바닷속 절경에 취해 깊은 곳으로 들어가다 보면 우리 몸에는 땅에서와 다른 변화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게 된다.


물 속에서는 우선 산소가 문제가 된다.
 
인간은 산소가 없으면 잠시도 살 수 없는 없지만,
물 속에서는 산소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된다.
공기통에서 체내로 들어오는 산소의 압력이 육지보다 훨씬 높아지면서 우리 몸속에 ‘활성산소’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평상시에도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가 만들어지지만,
워낙 소량인데다 인체에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들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높은 압력으로 오랫동안 산소를 호흡해야 하는 바다 속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대량으로 흡수된 활성산소들을 몸속의 효소들이 다 처리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1~2시간 남짓의 짧은 잠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욕심을 부려 수심 20m에서 6시간 이상 호흡하면,
폐와 기관지세포가 손상되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사고로 이어진다.
전문 스쿠버들이 수심 9m 이상의 깊이로 잠수를 할 때는 순수한 산소 대신 압축 공기가 들어있는 공기통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순수 산소는 활성산소로 인한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든다.)

그러나 압축공기 역시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질소마취’라는 효과를 만들어 낸다.
 
압축공기통을 달고 스쿠버다이빙을 하게 되면 보통 약 30m 수심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술 취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수심이 깊어질수록 사고력, 판단력, 추리력, 기억력이 점차 흐려지다가 심하면 황홀감에 사로잡혀 무서운 것이 없어지고, 사리판단이 극도로 흐려져 응급사태에도 대처하지 못해 아주 위험해진다.
이런 현상을 ‘질소마취’라고 부른다.

원래 질소는 인체에 무해하다.
하지만 혈액 속에서 그 농도가 높아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신경의 정보전달기능을 마비시키는 마취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왜 유독 바닷속에서 질소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액체에 녹아 들어가는 기체의 양은 그 기체의 분압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즉 물 속으로 10m, 20m, 30m로 깊이 들어갈수록 폐 내의 질소분압이 2배, 3배, 4배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혈액으로 녹아 들어가는 양도 2배, 3배, 4배로 증가되는 것이다.
질소마취는 일단 시작되면 그 증상이 아주 빨리 진행된다.
하지만 그 원인이 없어지면 곧 회복될 수 있으므로 30m이내의 수심으로 올라오면 곧 사라진다.


그러나 급하게 올라오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이 질소가 감압병(decompression sickness: 일명 잠수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곳에 있던 사람의 몸이 물 위로 올라오면 폐 내의 질소분압이 낮아지므로 조직에서 혈액으로, 그리고 혈액에서 폐로 질소가 빠져 나오게 된다.
그런데 혈액 순환이 느린 조직에서는 질소가 다 빠져 나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질소가 과도하게 많이 녹아 있는 상태가 되고,
여기서 마치 맥주병마개를 따놓을 때처럼 작은 기포(bubble)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기포들이 뭉쳐지게 되면 점차 커지게 되고,
혈액을 따라 움직이다가 가느다란 혈관을 막게 된다.
이것이 손발이 마비되거나, 호흡곤란 혹은 피부가려움증 등을 유발하게 되고, 심할 경우 하반신 불수나 질식현상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른바 잠수병이라고 부르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수심 30m 이상 깊이로는 잠수를 하지 않도록 권고 하거나,
수면으로 상승 시 1분당 9m의 상승속도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잠수병 증상이 있다면 급히 병원으로 옮겨 고압산소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 원리 역시 고압탱크 내에 환자를 넣고 압력을 가하여(통상 18m 깊이의 물속 압력) 몸에 생긴 질소기포가 점점 작게 만들고 체액 내로 다시 녹아 들어가게 한 다음 서서히 감압하여 폐를 통해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다.

만약 휴가철을 맞아 해외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좋다.
 
위로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아직 혈액 속의 질소들이 과도하게 녹아있는 상태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질소 기포들이 더 크게 생겨나 잠수병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평균 300m 깊이로 잠수를 즐기는 남극의 신사 황제펭귄 역시 ‘잠수병’ 을 피하기 위해, 인간과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펭귄들도 수면에 도착하기 전에 바다 속에서 잠시 멈춘 다음,
비스듬한 각도로 수면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한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셈이다.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 483 호/2006-08-11] 글쓴이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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