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는 바다물고기는?

 

▲ 국토 남단 마라도에서
잡힌 4kg(61.5cm)짜리 돌돔. 이 정도면 80만원이 넘는다. 소라를 단숨에 깨뜨리는 통이빨이 무시 무시하다.

“당신이 먹어본 가장 맛있는 바닷고기는 무엇입니까?”

 

보통 사람에게 이 질문에 답하라면

아마 다금바리, 복어, 참돔, 농어, 우럭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횟집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급 어종이 대략 그 정도다.

 

그러나 이 분야의 전문가(전국 각지의 머구리 동지들)에게 물어보면 꽤 색다르고 생소하기 까지한 이름이 거론된다.

이를테면 “긴꼬리벵에돔, 돌돔, 붉바리, 볼락, 열기, 벤자리, 쏨뱅이, 어렝놀래기, 꼴뚜기, 삼세기…” 등이다.

 

이 물고기들은 횟집에서 보기 힘들다.

양식이 안되고 어획량도 적기 때문이다.

 

병어, 열기, 꼴뚜기, 갈치 등 몇몇 물고기는 회맛이 일품인데도 잡자마자 숨을 거두어 활어로 유통시킬 수 없다.

참돔, 농어, 넙치(광어), 우럭은 자연산이라면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물고기지만 양식산이 많아 고유의 맛을 보기 힘들다.

돌돔과 볼락 역시 횟집의 것은 99% 양식산이다.

 

고급 횟감으로 종종 다금바리를 든다.

그러나 제주 특산물 다금바리는 멸종되다 시피 해 제주도를 통틀어 한 달에 몇 마리 안 잡힌다.

그런 고기가 육지의 횟집에 있을 수는 없다.

‘제주산 다금바리’라지만 모두 일본에서 수입된 양식산이다.

양식종이 식탁을 점령한 요즘 진품 바닷고기 맛은 역시 어부나 바다 사냥꾼이 잘 알고 있다.

 

직접 잡아 올린 물고기만 먹는,

그래서 회맛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정통한 전문가들에게 ‘최고의 미어(味魚)’를 물어 보았다.

알아두면 언젠가 그 맛을 음미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돌돔

 

얼룩말 같은 흑백의 세로줄 무늬를 가졌다.

제주 관탈도와 추자도가 주산지로 6월부터 9월까지는 제주도 횟집에서 자연산을 먹을 수 있다.

1㎏(약 40㎝)에 20만~25만원.

1.8㎏(약 45㎝)짜리면 4~5명이 먹기 좋다.

육지에서는 거문도(여수시 삼산면) 여서도(완도군 청산면) 가거도(신안군 흑산면) 등 절해고도에서만 잡혀 한층 귀하고 비싸다.

일반 횟집의 수족관에 든 20~30㎝ 돌돔은 모두 양식산이다.

 

전복 소라 오분작 성게 등 값비싼 패류를 부숴먹는 육식어류로,

40㎝급 돌돔이라면 그동안 먹어치운 해물만 수천만원어치는 될 것이다.

바이스처럼 단단한 4개의 접합치(통이빨)가 강한 턱뼈에 고정되어 딱딱한 소라의 껍데기까지 이빨로 부술 수 있다.

좋은 것만 먹고 사니 맛있을 수 밖에 없다.

 

분홍색이 감도는 흰 살이 담백하고 쫄깃하며 잡맛이 없어 기품이 있다.

 

내장부터 껍질까지 버릴 게 없다.

돌돔 쓸개는 ‘바다의 웅담’이다.

소줏잔에 담가 좌중의 주빈이나 연장자가 마신다.

간과 창자는 흐르는 물에 씻어서 소금에 찍어먹는다.

마지막으로 껍질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가 얼음물에 식혀서 썰어낸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돌돔 껍질데침(유비끼)이다.

작은 돌돔은 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다.

하절기에 제맛을 내며 겨울과 봄에는 기름기가 빠져 맛이 덜하다.

 

 

긴꼬리벵에돔

▲ 벵어돔(가운데 큰 고기)과 긴꼬리벵어돔.

돌돔과 쌍벽을 이루는 최고급 어종.

여름에는 돌돔, 겨울에는 긴꼬리벵에돔의 맛이 우세하다.

 

제주도와 울릉도에서 만 볼 수 있는 난류어종이다.

특히 독도에 다량 서식하고 있다.

제주도에 가도 횟집에는 거의 없어(가격은 돌돔과 같은 수준) 돈이 있어도 사먹기 힘든 물고기다.

양식 불가능.

 

12~3월에 가장 맛있고 관탈도 추자도 등 북제주군보다 가파도 마라도 지귀도 등 남제주군에서 잡힌 것이 상품이다.

연홍색 살점에 무지갯빛이 흐르고 기름기가 많아 회칼에 자주 물을 묻혀야 할 정도다.

물론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불포화지방이다.

 

흑갈색 고운 비늘에 날렵한 제비꼬리가 아름답다.

 

김 파래 등 해초를 주식으로 하나 육식도 겸하는 잡식성 어류.

스피드와 지구력이 대단해 헌터에게 강렬한 손맛을 선사한다.

그 파워는 두꺼운 근육의 세로결에서 나오는데 그 탄탄한 무늬결이 씹는 맛을 더해 준다.

35㎝가 넘어야 제 맛이 나며 45㎝까지 자라는데

클수록 맛있다.

30㎝ 이하 잔챙이는 간장조림, 고추장조림이 제격.

일본식 간장조림이 가장 잘 어울린다.

 

 

벵에돔

 

긴꼬리벵에돔과 흡사한 벵에돔은 제주도뿐 아니라 남해 근해까지 폭넓게 서식한다.

30㎝ 이하의 작은 것은 풋내가 나지만 40㎝가 넘어서면 냄새가 사라지고 지방층이 두꺼워져 깊은 맛이 밴다.

 

특히 겨울철 40~50㎝ 벵에돔의 ‘껍질구이회’는 긴꼬리벵에돔을 능가하는 특미!

뼈에서 갓 떼어낸 포를 뒤집어 껍질 부분만 살짝 굽는다.

가스불에 굽거나 토치램프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두꺼운 껍질이 익으면서 연해지고 껍질 밑의 지방층이 살 속으로 녹아들어 옅고 짙은 맛을 동시에 낸다.

껍질째 썰어 담으면 회와 유비끼를 동시에 즐기는 셈.

일본에서는 끓는 물을 부어서 껍질을 익히는데 굽느니만 못하다.

군고구마와 삶은 고구마를 생각해보라.

고추냉이(와사비)를 젓가락으로 떠서 적당히 바른 다음 간장에 찍어 먹는다.

간장에다 미리 고추냉이를 풀어버리면 간장을 많이 찍게 되어 회 맛이 장 맛에 묻히기 쉽다.

 

 

열기ㆍ볼락ㆍ쏨뱅이

 

▲ 쏨뱅이
▲ 열기

 

▲ 볼락

돌짬에 깃들어 사는 볼락과 물고기는 다 맛있다. 볼락, 열기(불볼락), 우럭(조피볼락), 쏨뱅이, 꺽저구(개볼락) 맛은 난형난제.

굳이 순위를 가린다면 ‘회는 열기, 구이는 볼락, 매운탕은 쏨뱅이’다.

 

열기는 100~150m 심해에 사는 한류성 물고기로 12월부터 4월까지 20~50m 수심의 암초대나 어초에 어군을 형성해 이때 조업이 이뤄진다.

그물로는 잡기 힘들고 ‘외줄낚시’라고 하여 큰 봉돌을 매단 낚싯줄을 수직으로 내려서 한 번에 3~5마리씩 낚아낸다.

20~28㎝가 주종이다.

 

뱃전에 올라오는 순간 수압의 차로 부레가 부풀어 즉사하며 그래서 직접 잡지 않고선 회로 먹기란 불가능하다.

담백하면서도 적당히 기름져 씹을수록 고소하다.

육질이 단단하되 질기지 않으므로 약간 큼직큼직하게 썰어 담는다.

간장보다 초고추장이 더 어울린다.

볼락은 경상남도의 도어(道魚)로 지정될 만큼 남쪽에선 인기가 높으나 서울 사람은 잘 모른다. 서해에서 나지 않기 때문이다.

깊은 원해보다 얕은 연근해에서 나는 게 더 맛있고 작을수록 맛있는, 독특한 물고기다. 4~5월에 많이 잡히지만 자연산은 산지에서 전량 소비되고 대도시 횟집에 든 것은 다 양식산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10~12㎝는 젓갈을 담는 씨알이라는 뜻에서 ‘젓볼락’이라 부른다.

뼈회(세꼬시)도 아닌 통회로 먹는다.

칼 대신 가위로 머리, 등지느러미, 배지느러미와 내장을 오려낸 다음 양쪽 껍질을 쫙쫙 벗겨 초고추장이나 된장을 찍은 다음 우적우적 베어먹는다.

볼락의 맛은 뼛속에 있다.

살과 뼈가 어우러지는 향긋한 맛은 중독성까지 띤다고 한다.

손바닥만한 ‘중볼락’은 뼈회를 치거나 소금구이를 한다.

비늘도 내장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굽는다.

살보다 내장이 맛있다.

한뼘이 넘는 ‘왕볼락’은 맛이 떨어진다.

뼈가 억세어 포를 뜰 수밖에 없지만 구이나 매운탕감으로는 훌륭하다.

 

특히 가거도의 봄철 불볼락은 유명하다.

청정해역 난바다 깊은 암초에 사는 쏨뱅이는 ‘매운탕의 황제’. 회 맛과 구이 맛은 평이하나 국을 끓일 경우 숙취 해소에 더할 나위 없다.

거문도에 가서 굴속을 뒤지면 많이 있다.

자연산 복어나 삼세기(삼숙이)가 쏨뱅이에 필적할 만하다.              

                                                           

 

붉바리

 

 

제주에 삼바리가 있으니 다금바리, 붉바리, 비바리라 했다.

최대 1m까지 자라는 다금바리에 비해 작지만 맛은 한 등급 위다.

‘다금바리가 더 유명해진 건 크기 때문’이라고 제주사람들은 말한다.

35~50㎝가 주종.

다금바리만큼 귀하다.

 

주낙을 까는 남제주군의 어선에서 어쩌다 한 마리씩 잡히면 제주도 현지의 미식가가 바로 낚아챈다.

돌돔을 노리는 원투낚시에도 간간이 걸려들지만 1년 내내 돌돔낚시를 하는 제주낚시인도 한 해에 3~4마리 낚을 정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역시 수중사냥이다.

 

흰살 생선으로 살이 담백하며 씹는 맛이 은근하다.

잡내가 없기로 으뜸인 돌돔보다도 맛이 깨끗하기로 이름나 있으며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에서 단맛이 난다.

7~8월에 많이 잡히고 맛도 그때 최상이다.

 

 

벤자리

 

▲ 벤자리

 

벤자리는 6월부터 9월까지, 제주도와 추자도, 여서도, 홍도(통영)에서만 잡히는 여름 귀빈이다.

45㎝급이면 ‘돗벤자리’,

30㎝ 이하는 ‘아롱이’라 따로 부르기도 한다.

 

회, 구이, 국 어떤 요리를 해도 멋진 맛을 자아내며 특히 맑은국의 시원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를 푸짐하게 깔고 파, 숙주나물에 간장, 고춧가루를 약간 넣어 쇠고깃국처럼 끓인다.

 

7~8월에는 흔하게 잡혀 제주도의 횟집에서 이따금 활어를 먹을 수 있다.

값은 돌돔보다 약간 싼 편.

 

그러나 성질이 급하여 쉽게 죽고 죽으면 금세 살이 물러지기 때문에 회를 먹으려면 죽은 지 30분 내에 포를 떠야 한다.

벤자리 회를 먹어본 사람은 구수하고 달콤한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아롱이는 소금구이를 한다.

여름이면 1박2일 정도 작업하면 벤자리로 1년 반찬거리를 장만하는 전문가도 있다.



<물고기도 제철이 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산란 앞둔 ‘알 밴 생선’이 가장 맛있어

물고기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번식이다.

 

산란에 임박한 고기는 어군을 형성하여 산란처로 이동하다가 그물과 낚시에 집중적으로 걸려 든다.

어부들은 각 어종의 산란시기에 맞춰 조업을 나선다

‘알 밴 고기’는 몸속에 많은 양분을 품고 있어 맛이 좋다.

고급 어종이라도 알을 쏟은 직후나 수온이 안 맞는 계절에는 살이 빠지고 맛도 빠진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제철 생선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 봄

 

도다리, 볼락, 멸치, 꼴뚜기, 쭈꾸미, 문어. 근해의 얕은 바다에서 잡히는 고기가 맛있는 시기. 먼 바다의 수온이 낮은 봄에는 돔류는 맛이 떨어진다.

 

| 여름

 

농어, 돌돔, 벤자리, 보리멸, 자리돔, 갈치, 한치, 기타 오징어류, 원해의 깊은 수심에서 잡히는 고기가 맛있다.

등푸른생선(방어, 고등어)은 여름에 피할 것.

 

| 가을

 

전어, 감성돔, 전갱이, 고등어, 깔따구(새끼 농어), 민어, 수조기, 넙치, 망둥이, 참돔. 어황이 풍성한 가을에는 모든 어종이 좋은 맛을 낸다.

 

| 겨울

 

학공치, 방어, 부시리, 벵에돔, 긴꼬리벵에돔, 숭어, 물메기(꼼치), 독가시치, 등푸른생선이 맛있는 계절.

고기들이 찬물에 견디기 위해 지방질을 저장하므로 전반적으로 맛있다. 

 

 

출처: 주간조선 (http://weekly.chosun.com) 허만갑,2005년 3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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