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GPS’ 기술 어디까지 왔나?


늘씬한 원통형 물체가 물속을 유유히 누빈다. 

물체가 어느 정도 움직이자 모니터에 좌표가 떴다. 

이 물체가 계산한 자신의 위치다. 

처음에는 실제 위치와 모니터상의 위치가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점점 좁혀졌다. 

10∼20초 뒤 둘은 일치했다.

물체가 자신의 위치를 찾는 ‘수중 내비게이션’의 핵심은 초음파다. 

초음파를 이용해 위치를 계산한다. 

수중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이 물체는 수중 드론 ‘와이샤크2(yShark2)’.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최근 개발했다. 

길이는 1.95m, 무게는 80kg 정도다.

수중 드론 ‘와이샤크2(yShark2)'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 수심 3m에서 길 찾으며 30m 이동


최현택 해양시스템연구부장은 “물속에서는 전파가 수면에 반사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사용할 수 없다”며 “음파는 물속에서도 비교적 먼 거리까지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가 약해지는 감쇄율도 낮은 편이어서 ‘수중 GPS’ 개발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현재 와이샤크2는 50m 반경에 100ms(밀리초)마다 초음파를 발생하는 장치 3개만 있으면 자신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오차 범위는 평균 50cm 이하로 꽤 정확하다. 

지난해 거제도 앞바다에서 수심 3m에 와이샤크2를 투입해 시험한 결과 와이샤크2는 자신의 위치를 1초에 10번씩 계산하며 정확한 위치를 찾았다. 

최 부장은 “와이샤크2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며 30m까지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수중 GPS에 사용되는 초음파는 보통 돌고래가 사용하는 대역(100kHz)보다 낮은 30kHz다. 

진동수가 높으면 전파 속도가 빠르고 잡음이 적은 대신 전파 거리는 짧다. 

최 부장은 “10∼30km 장거리에서도 초음파를 수신해 위치를 확인하는 수중 GPS를 만들기 위해서는 낮은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 美, 초음파 발생 장치 50개 ‘포사이돈’ 개발

수중 GPS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최첨단 기술로 꼽힌다.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은 최근 수중 GPS인 ‘심해위치확인시스템(POSYDON·포사이돈)’을 개발해 이르면 2020년부터 실제로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사이돈은 초음파 발생 장치만 약 50대나 되는 거대한 초음파 네트워크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워싱턴대 등과 함께 포사이돈 개발에 참여하는 미 항공우주업체인 BAE시스템스 측은 5월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포사이돈을 구축하면 바닷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사이돈은 미 해군의 ‘블루핀-21’ 등 군용 드론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르파는 향후 대형 잠수정이나 민간용 수중 드론 등에도 포사이돈을 적용하며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경제성을 고려한 저가형 수중 GPS도 개발 중이다. 

에린 피셸 MIT 박사팀은 5월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한 ‘2016 국제로봇자동화콘퍼런스(ICRA)’에서 초소형 위치 인식 시스템을 적용한 수중 드론 ‘샌드샤크(SandShark)’를 공개했다.

피셸 박사는 “최근 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MEMS)이 발달하면서 칩 크기 정도인 초소형 수신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군집 드론이나 민간 드론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장은 “성능 차이가 있어 정확하게 비교하긴 어렵지만 샌드샤크 제작비용이 와이샤크2의 3분의 1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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