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오전, 인천과 백령도 사이를 운행하는 여객선 하모니 플라워호의 추진기에 이물질이 끼는 사고가 났다.
다행히 이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이물질 관련 선박 사고가 자주 보고된다.
실제로 전체 해양 선박사고의 10% 정도가 이런 해양 쓰레기에 의한 사고이며, 이는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선박사고의 원인이 될 뿐 만 아니라 바다를 오염시키고 생물체를 중독시키는 ‘바다의 불청객’ 해양쓰레기.
‘푸른 바다의 행성’이라는 아름다운 별칭에 걸맞지 않게 지구의 바다가 거대한 쓰레기 처리장이 돼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사람들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린 역사는 꽤 오래됐다.
아마도 그건 먼 옛날, 배를 타고 육지를 등지고 떠나는 사람이 생겨난 바로 그 순간부터일 것이다.
배를 타고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 쓰레기나 음식물 찌꺼기, 그리고 인간(혹은 가축)의 배설물은 모두 바다에 버려졌을 테니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육지에서 가까운 섬을 오가는 단거리 여객선의 경우 선박 뒤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화장실로 들어 가면 변기 아래로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대양(大洋)은 그 이름답게 넓은 아량으로 사람들이 버린 것들도 모두 보듬어 다시 생태계 안으로 순환시켰다.
근대화 이전 시대의 쓰레기들이란 대부분 자연물의 일부이거나 유기물이었기에, 넓은 대양 속을 가득 메운 작은 생명체들은 이를 먹고 소화시켜 다시 지구 생태계의 자원으로 되 돌려 주는 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점차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세계화에 따른 잦은 장거리 이동으로 선박 운행에 따른 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늘어 난데다가, 늘어난 인구가 살 자리가 비좁아지자 육지에서 만들어진 쓰레기 마저도 바다에 투기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는 이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만들어냈고, 이들은 곧 엄청난 쓰레기더미가 되어 바다로 버려졌다.
인류가 만들어낸 화학물질 중에서 메가 히트 상품은 ‘플라스틱’이었다.
가볍고 가격도 싼데다가 방수성과 절연성을 갖추었으면서도 색과 모양을 가공하기 편리한 플라스틱은 삽시간에 인간의 삶 전반에 끼어들었다.
현재 플라스틱의 사용량은 1인당 연간 42kg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모든 물건에는 사용 연한이 있기 마련이고, 제 역할을 다 한 뒤에는 버려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플라스틱의 경우에는 제품으로써의 수명은 짧은데 비해 (심지어 제품 포장의 경우,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쓰레기가 된다!) 플라스틱이라는 성분 자체의 분해 주기는 반영구적일 만큼 길다는 것이 문제다.
지구 역사에서 신출내기로 등장한 플라스틱은 지구의 분해자인 미생물들에게는 너무도 낯설어 이들을 분해시키는 능력을 지닌 분해자가 없는 탓이다.
자꾸만 쌓여가는 쓰레기 문제에서 골치 아픈 이들은 아주 손쉬운 해결책을 찾아낸다.
바로 아무도 모르는 곳,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인 바다에 버리는 것!
보고에 따르면 인천 앞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만 해도 연간 19만㎥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10톤 트럭 1만 여 대에 달하는 쓰레기가 해마다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양에서 발견된 쓰레기의 80%는 육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렇게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 중 유기물은 해양미생물들에 의해 분해돼 문제를 덜 일으키지만(어디까지나 ‘덜’한 것이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유기물이 대량 방류되면 적조 현상과 같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유발한다), 나머지들은 그대로 남게 된다.
특히나 플라스틱의 경우, 썩지 않고 분해되지 않는 특성상 대부분이 그대로 남게 돼 해양 쓰레기의 90%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물결을 타고 떠돌다가 해류의 흐름에 떠밀려 특정 지역에 모여들고는 마치 그들만의 아틀란티스처럼 점점 세를 불린다.
1997년 하와이에서 열린 요트 경기에 참여해 LA로 향해가던 미국인 찰스 무어는 망망대해 북태평양의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와 마주하게 된다.
일명 ‘플라스틱 아일랜드(plastic island)’의 발견이었다.
이후 이런 ‘섬’들은 추가로 발견돼, 현재 북태평양 지역의 거대한 쓰레기 밀집 지역은 적어도 세 군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를 이루는 조성물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90% 이상이 플라스틱 제품이다.
일설에는 인공위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하고 두텁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바닷물에 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둥둥 떠 있는 형상이다.
사실 이들이 그냥 그대로 떠 있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거대하기는 하지만 인간이 거주하지 않는 북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으니,
근처를 지나가는 선박들만 주의한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들이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는 생태계 교란이다.
종종 언론을 통해 그물을 먹고 죽은 고래나 플라스틱 조각을 삼켜서 괴로워하는 바다 새의 모습이 등장하곤 하는데,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큰 것보다는 오히려 작은 것이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바다에서 떠돌며 햇빛에 노출되면 물리적 충격에 의해 잘게 부스러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잘게 부스러진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많은 해양 생물들에게 먹잇감으로 오인되곤 한다.
물속의 플랑크톤이나 작은 갑각류를 걸러 먹는 것은 많은 물고기들의 영양 섭취 방법이다.
이렇게 마이크로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는 경우 이들은 소화되지 않고 몸속에 그대로 쌓이게 되고, 이들은 다시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 단계의 포식자들에게 먹힘으로써 결국 생태계 전반으로 퍼져나간다.
즉, 내부로부터의 ‘플라스틱 중독’이 일어나는 셈으로 결국 이는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해양 생태계가 교란되면 그 영향은 결국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것이고, 인간 역시도 그 파멸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이 시간도 북태평양 바다 위에는 또 하나의 플라스틱 더미가 더 해지고 있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그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지도 모른다.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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