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도 된 동호회 모임이 있다.
취미와 특기의 중간에 있는 공통의 주제가 있기에 10명이상의 인원이 꾸준한 모임을 가지고 있다.
남녀가 고루 있고, 30대에서 5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이고 직업도 제각각이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있는 정기 모임도 있고 소규모 모임도 종종히 갖고 있는 동호회 성격 플러스 친목모임의 성격도 동시에 띄고 있다.
모임이 오래되다 보니 종종 작은 다툼이나 신경전 등도 있었으나 큰 문제는 없이 운영되어왔었다.
하지만 얼마 전 아주 사소한 농담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서 반 수 이상의 사람들이 어색한 상황에서 다음 모임이 무기한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많은 인원이 모이다 보니 총무가 모임 장소를 정하게 될 때 대체로 중심가 쪽에서 그 장소를 정하게 되고, '장소정하기'가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모두가 그 의견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러다 가끔 누군가가 좋은 음식점을 알게 되면 그 장소로 정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누군가는 좀 더 먼 거리를 여행을 해야하는 일이 생기지만 즐거운 만남을 위해 기꺼이 그자리를 고수하게 된다.
지난 모임이 이런 자리였다.
서울의 비교적 외진 동네에 좋은 식당을 발견한 한 분의 의견으로 그 장소에 모였는데,
생각보다 교통이 불편해서 반 수 이상이 찾고 방문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 장소를 섭외한 분(A)은 다음에는 꼭 맛있고 좋으면서도 편한 곳을 섭외하겠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셨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들은 한 분(B)이 " 언니, 그 날은 언니가 맥주라도 사셔야겠어요. 오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잖아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A 님은 조금 당황한 듯하셨다.
미안한 마음을 전했는데 곧이어 그 잘못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말이 나오니 그랬던 듯하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않고 B 님은 "아니다. 언니, 그날은 양주라도 사셔야겠어요. 호호호~~" 라는 멘트를 날렸다.
순간 여럿이 동시에 '어! 이건 아닌데.'라는 표정을 지었다.
말이나 표정이 좀 과했던 것이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나서 A 님은 "소주를 사던 양주를 사던, 사도 내가 마음에 우러나서 사야지. 내가 사고 싶어 샀을 때 나도 기분 좋고 같이 드시는 분들도 기분 좋은 거 아닐까. 그걸 왜 자네가 사라마라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대접해야할 자리에서 안 한적 있나?" 고성은 아니지만 꽤 진지한 버럭이었다.
문제는 그 말을 들은 B 님의 태도였다.
"어머머 언니 농담인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전 그냥 농담한거잖아요. 언니 농담듣고 정색하면 이상해요! 호호호"
이 말이 사단이 되었다.
A 님은 장소 잘 못 정하고, 농담도 못 받아들이는 좀생이가 된 것이다.
듣다 못한 가장 연장자이신 분이 "A나 나는 너희들이 사달라 하기 전에 우리가 살 수 있는 만큼은 샀었어. 그런데 지금 그 말을 듣고 나니 꼭 우리가 돈 털리는 봉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기분이 안 좋아.
게다가 그게 농담이라고? 지금 멀리 어렵게 왔다고 시위하면서 그 댓가를 치루라는 의미지 그게 어디 농담인가? 말 가려서 하게."라는 일설을 하셨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된 B는 말이 과했으며 실언을 했다고 사과를 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기에 그 사태가 진정될 것을 기대하는 대다수의 인원과는 달리 A 님은 화가 점점 나셨나 보다.
몇 년전 일을 여러가지 거론하면서 자신이 이 모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베풀었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베푼 것은 나의 순수한 마음이었는데,
그것이 너희들에게는 바보같은 봉으로 보였나하면서 이 상황이 너무 슬프다고까지 발전이 되었다.
말의 대상의 B 님 뿐만 아니라 모임의 인원 모두를 향한 것이기에 분위기는 냉랭해졌고 어색하게 모임이 파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B 님의 농담은 분위기와 맞지 않는 실언이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본인은 큰 실수를 했지만 바로 사과했고 그 실수에 관해 질타를 받는다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겠지만,
그 이야기가 갑자기 너무 크게 발전되어 졌고,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든 것을 스스로 자책하면서도 그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몰린 상황이 된 것을 참지 못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모임을 탈퇴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같이 있던 다른 두 사람도 B가 잘못했으나 그 잘못을 바로 사과했는데도 언니(누나)들이 오래된 이야기까지 꺼낸 것은 불편했고,
또 언니들이 베푼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그걸로 봉으로 여긴다고까지 오해하는 상황이라면 당분간 모임에 나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며칠 후 A 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마 가장 두루뭉실 친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에게 의견을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자신이 그날 너무 예민했고 실수를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나보다 한참 연배가 있으신 분이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엄마의 잔소리 중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이것 잘못했는데 과거의 요것 조것까지 들춰내며 같이 싸잡아 그 분노를 폭발시킬 때랑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B의 농담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고 그에 대한 질타는 당연한 것이었으나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낸 것이나,
우리가 봉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이상한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모임의 비용은 회비로 지불되었었고,
언니들이 냈던 것 만큼 다른 분들도 후원을 이모저모 했었다.
더우기 그 후원의 액수가 가장 큰 것은 B 님이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아주 소모임이 아닌 이상은 총무가 후원 내역을 다 적어놨기에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었다.
이미 잘 잘못을 가리는 건 의미가 없어졌으나 남은 것은 감정이다.
어떻게 풀릴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농담 정말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한다.
농담은 하는 사람 듣는 사람이 모두 재미있어야 농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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