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들은 대부분 단순한 모래지역에서 보다는 역시 암반지역에서 다이빙의 즐거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모래나 펄로 이루어진 지역에서도 우뚝 솟은 암초의 경우는 고기들의 쉼터 뿐 아니라 다양한 부착생물의 천국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암초 포인트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짬(수중 봉우리)을 찾아서 보트 다이빙 할 때 하강줄이 설치되지 않는 곳에서 음향탐지기만 의존한채 무심코 뛰어 들었다가 끝없는 모래지역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수심이 깊어서 상승하여 새롭게 위치를 잡아 다시 입수하기도 늦어 버렸고,  

혹시라도 바위지역을 만날까 찾으려 애만 쓰다가 공기가 떨어져서 다이빙을 마쳐야 했던 경우를 간혹 경험했을 것이다.

주말의 다이빙을 기대하면서 한주일을 기다렸던 봉급쟁이 다이버들에게 사실 이처럼 화나고 답답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중 봉우리는 그 아름다움과 풍성함 때문에 우리는 바다 한가운데서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보트 다이빙을 즐긴다.  

또한 리조트 숍들은 많은 회원과 손님 유치를 위해서 평소에도 수중 봉우리 찾아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이때 그 대안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인공 어초일 것이다.


사진: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실제로 동해안이나 서해안의 경우 이미 여러 지역에서 어초지대를 포인트로 이용하고 있다.

동해안의 경우 멍게, 섬유세닐말미잘, 다양한 가지산호류가 부착되어 자연 짬과 같은 경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직경 2m의 어초 사이를 마치 미로를 지나가듯 누비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서해안의 경우 어두운 시야에서도 수많은 우럭과 놀래미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 무엇을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콘크리트 더미를 처박아 놓는지 그 혜택을 즐기면서도 한번쯤 궁금증을 가져본 다이버는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대부분이 멍게군락과 노래미, 돌돔 등이 가득한 곳이 어초라는,

즉 어초로 인한 부산물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인공어초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고,

다이버들이 수중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과 고려해야 할 내용들을 정리해 보기로 하자.

 

아래의 내용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의뢰 받아 해양연구소 해양자원 연구본부에서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약 1년간 수행한 '인공어초시설사업의 종합평가 및 향후 정책 방향 설정에 관한 연구' 결과를 일부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인공어초를 만드는 이유


인공어초는 인공적으로 해저나 해중에 구조물을 설치하여,

대상 수산동물을 끌어 모으고, 보호.배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어장시설이다.

따라서 인공어초 어장은 어류 등의 수산생물이 암초, 침몰선 등에 모이는 성질을 이용하여

어획 증대와 남획으로부터 보호 육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배치하여 조성한다.

인공어초 사업은 1971년부터 어려운 어업환경을 개선하고,

불법 트롤어업(고대구리라 칭함)으로부터 자원을 보호하고,

수산자원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실시되고 있다.

1971년부터 1999년까지 29년간 총 4,253억원(연평균 223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최근 10여년 전까지는 연안 20m 이내 수심에는 바가지 모양의 반구형 어초를 설치하였으며,

연안 30m 이상 되는 곳에는 직경 2m 의 정사각형 어초를 설치하였다.

설치 형태에서도 초창기에는 대상 지역에 마구 투척하는 방식을 취하였지만,

이런 경우 어초의 손실이 심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요즘에는 마치 블록을 쌓듯이 더미를 만들어 놓고 있다.

최근에는 막대한 비용 투입에 대한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어류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지역적 특성과 대상 생물의 생태를 이용하여,

전복용 어초, 해조류 어초 등 다양한 모양의 어초가 만들어지고, 또한 시설되고 있다.



인공어초의 역할


인공어초가 가지는 역할은 다양하다.

우선 해류가 흐르는데, 장벽 역할을 하여 와류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작은 먹이생물이나 유기물들이 서로 섞이는 구조를 나타내 물고기나 부착생물의 먹이가 풍부해 진다.

이러한 현상은 서귀포 문섬과 새끼섬 사이 골짜기 입구에 어류가 특히 많은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어초의 기능 또한 다양하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을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 휴식장의 기능


어초 사이의 다양한 공간은 해류의 흐름이 완화되어 물고기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또한 숨어 지낼 수 있는 공간도 확보된다.

돌돔, 뱅어돔, 볼락류, 쥐치류 등은 어초가 중요한 서식장이 된다.

이들은 같은 어초에서도 크기와 성장 단계에 따라 서식하는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먹이장으로서의 기능


어초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부착된다.

또한 부착된 생물 사이로 뻘이 쌓이면서 뻘 지역에 사는 동물까지도 서식하게 된다.

여기에 물고기가 좋아하는 갑각류, 갯지렁이 등까지 포함되어 거의 식량창고 역할을 하게 된다.

돔류의 경우 부착생물을 쪼아 먹으며, 볼락류는 부착생물에서 떨어진 소형동물을 잡아 먹는다.
시야가 맑은 경우 주로 동해안은 다시마 등이 부착되면서 성게 등 초식동물들도 살아간다.

또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농어, 넙치 등 대형 물고기도 다수 발견된다.

따라서 어초는 또 하나의 작은 생태계가 이루어진다.

▶ 산란장의 기능


쥐노래미의 경우 어초가 중요한 산란장이며,

일본의 연구에 의하면 벤자리, 한치(오징어류) 등도 어초에 산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동해안에 겨울철 자주 나타나는 대형 문어의 경우도 수심 30~40m 부근 어초에서 발견되는 것은 산란을 위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따라서 어초는 물고기의 부화율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인공어초에서 볼 수 있는 것들


인공어초는 다른 암초지대에서 볼 수 있는 생물들을 그대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어초 내부는 마치 굴과 같은 구조를 나타내면서,

어린 물고기, 야행성 동물 등 더욱 다양한 생물이 관찰된다.

가장 화려하게 눈에 와 닿는 것은 부착생물이다.

 

우선 동해로 가보자.

80년대에는 어초 지역은 다시마로 덮힌 별로 화려하지도 않은 지역으로 전문 사냥꾼들만 선호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동해안에서 우렁쉥이(멍게) 양식이 시도된 이후에 암초지대에는 많은 양의 우렁쉥이가 가입되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은 섬유세닐말미잘이다.

원래 수온 5℃ 이하인 동해안의 북부지역이나 깊은 수심에서 서식하는 것들로 크고 화려하게 촉수를 피우는 생물인데,

우리에게는 90년대 들어서 관찰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종이 다이버들에게 대중적으로 관찰되게 된 것은 드라이수트의 대중화와 더불어 깊은 수심의 보트 다이빙이 보편화 된 것과 같은 시기일 것이다.

섬유세닐말미잘은 수온이 15℃ 이상인 경우는 촉수를 집어넣어 마치 빈대떡 같은 모양으로 보이므로

수온이 높은 여름철이나 얕은 수심에서는 이들이 보여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락을 이룬 섬유세닐말미잘들이 촉수를 활짝 피운 모습은 장관으로 이들에 의해 동해 다이빙이 더욱 활성화 된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은 남해안인데 어초는 역시 사냥꾼들의 집합장소이다.

돌돔, 참돔 등으로 인해 우럭이나 쥐치는 고기로도 취급되지 않는 동네이다.

지역에 따라 멍게, 미더덕이 지천이고, 수온에 따라 해삼까지도 볼 수 있다.

남해는 먹이가 풍부하고, 다양한 해류 이동으로 물고기가 많은 지역이다.

특히, 태풍으로 인해 인근 가두리 몇 개가 파손되는 경우 어초는 대단한 피난처가 되곤 한다.

서해안도 역시 많은 인공어초가 시설되어 있다.

탁한 시야에도 불구하고 그 곳은 우럭과 놀래미의 집합장소가 된다.


인공어초 다이빙 즐기기


인공어초는 난파선 다이빙과 같이 다이버들에게 상당한 호기심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로 어드밴스급 이상의 코스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면 다이빙에 어느 정도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을 보거나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때 먹거리를 그냥 자루에 담는 단순한 노동보다는 부드러운 다이빙을 즐겨보자.

물고기 관찰하기:

 

어초 부근에서는 3가지 유형의 물고기를 볼 수 있다.

물론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주로 여름철에 다양한 물고기가 관찰된다.


▶ 우선, 어초와 바닥 부근이다.

    여기에는 주로 바닥에 사는 종으로 넙치, 볼락 쥐노래미, 쏨뱅이 등이 관찰된다.

 
▶ 다음은 어초 속이나 주변이다.

    참돔, 벤자리, 돌돔, 감성돔, 농어 등이 관찰된다.


▶ 마지막으로 어초 윗부분으로 어초와 수면 사이 공간이다.

    전갱이, 고등어, 인상어, 방어, 눈통멸 등으로 주로 어초 위를 집단으로 배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착 생물 관찰하기:

 

부착생물은 해류의 방향과 빛의 밝기, 어초의 모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어둡고 해류가 측면으로 흐르는 지역은 가지산호류가 발달하고,

밝은 윗면 평평한 지역은 해조류와 미더덕류, 말미잘을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외측벽은 우렁쉥이가 차지한다.

부착생물은 어초 내부로 갈수록 단순하고, 주로 어초 표면을 코팅하는 생물들만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외곽을 빙빙 돌면서 관찰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부착생물은 모서리 부근에 집중하여 붙어 있으며,

여러 생물들이 부착을 위한 공간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이 틈 사이에는 뻘이 끼게 되고, 각종 갯지렁이, 옆새우들이 살게 된다.

여기서 잡은 갯지렁이를 들어 보이면 바로 놀래기가 모여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해조류 틈 사이에서 전복, 소라도 관찰할 수 있다.

어초 주변 모래 속:

 

어초가 놓인 바닥을 우리는 거의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바닥 즉, 어초가 묻힌 지역은 다양한 조개와 고둥들이 숨어 지내는 곳이다.

이러한 양상은 암초에서도 나타난다.

암초와 모래의 경계는 주로 고둥이 산란하거나 숨어 지내는 곳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구슬우렁이류나 매물고둥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불가사리의 분포(일본불가사리 등)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보는 다이빙을 즐기자


요즘 동해에 가보면 어초마다 섬유세닐말미잘이 가득하다.

예전 모습이라면 상부에는 다시마가 덮고, 중간에는 말미잘, 우렁쉥이, 미더덕이 섞인 모양일 것이다.

말미잘만 남게 변화된 것은 물론 다이버가 일익을 담당한 것이다.

말미잘은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천연 다시마의 용도가 많아지고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어초의 다시마들은 더욱 수난을 겪고 있다.

우렁쉥이야 말할 것도 없다.

작년에 경포대 부근 어초에서 백색의 돌연변이 놀래미를 관찰한 적이 있다.

크기가 40cm 정도였는데 워낙 특이하여 명정구 박사는 사진으로 간직하고픈 아쉬움에 일주일 여 뒤에 다시 방문하였지만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놀래미는 주거지역을 바꾸는 물고기가 아니라 늘 터줏대감의 역할을 한다.

전찬길 강사님의 얘기로는 누군가의 창 끝에 매달려 인생을 하직하였을 것이라고 한다.

먹을 것이라면 가만히 놔두지 않는 몰지각한 다이버들이 우리의 볼거리를 자꾸 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우렁쉥이도 마찬가지다.

붉은 카페트를 깔아 놓은 것처럼 온통 우렁쉥이로 뒤덮혀 있는 새로운 포인트도 한 달만 지나면 민둥산이 되어 버린다.

아쉽다면 한 두개 잘라내 입맛만을 즐기는 것은 몰라도 자루를 가져가 긁어대는 것은 너무 심하다.

그것이 과연 재미있을까?

파는 것도 아니고 배에서 실컷 까먹어야 몇 개나 먹을 수 있을까?

그만큼 다시 복귀되려면 최소한 3년이상 걸리거나 아니면 그 공간에 다른 생물들이 이사와 다시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인공어초 다이빙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였지만 인공어초 다이빙은 어드밴스 이상 코스이다.

일단 수심이 30m 이상이고, 복잡하게 놓여진 어초의 모습에 통로 파악을 정확히 하여야 한다.

 

어초의 아름다움과 먹거리에 현혹되어 공기가 고갈되어 비상 상승하는 경우,

호기심에 어초 속을 누비다가 입구를 못 찾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먹거리에 눈이 멀어서 못 이길 정도로 엄청난 양의 먹거리를 채취해서 상승하려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욕심은 금물이다.

어초 다이빙에는 반드시 렌턴을 준비하자.

그리고 칼이나 수중 가위는 필수이다.

어초에는 어망이나 낚시줄이 엉켜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걸리는 황당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수심과 잔류 공기량을 자주 체크하자.

그리고, 하강줄의 위치를 자주 확인하자.

그리고 반드시 짝과 함께 이동하자.

어초 사이 공간에 장비가 끼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사실 다이버에게는 필수이다.

하지만 자주 망각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강사들은 인공어초의 특성을 정확히 설명하고, 위 사항들은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향후 계획


이번 조사의 팀장인 명정구 박사(어류 전공)는 다양한 지역의 어초를 경험하면서 기능성 어초를 강조하였다.

즉, 수산자원 증대와 더불어 날로 증가하는 다이버, 낚시 등 스포츠와 관련된 기능을 부가시킬 계획을 제안하였다.

또한 강래선 박사(해조류 전공)의 경우 인조 해조장 기능을 부가하여 인위적인 해양 목장의 역할을 제안하였다.

따라서 이제는 무심코 던져 놓는 돌덩어리가 아닌 다양한 모양과 형태를 갖추어 기능을 배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안으로 폐선의 어초화, 다양한 소재, 모양의 어초가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경우 다이버들에게는 더욱 많은 기회가 제공 될 것이다.

이러한 때에 일부 몰지각한 행위로 손해보지 않기를 기원 할 뿐이다.



이번 조사를 하면서 필자는 각 리조트 숍들이 인근 지역의 인공어초 소재를 파악할 것을 제안했다.

요즘 어초 사업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면서 각 도나 군마다 어초의 사후 관리 및 시설사업을 수행한다.

따라서 다이브 숍과 지방단체가 연결된다면, 또 다른 부가 사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포인트 관리도 가능할 것인데,

어탐을 가지고 다니면서 어렵게 포인트를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 자료를 이용한 손쉬운 방법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 스쿠바다이버지 2000/11/12호   글: 박흥식(한국해양연구소, TDI/SDI강사, EPC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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