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리오 패혈증 염려 '뚝'  


매년 여름철이면 국내 모든 횟집들이 울상이다.

불청객 비브리오패혈증때문이다.

지난 2000년 8월 보건복지부가 치사율이 높다면서 제3군 전염병으로 지정한후 사람들은 으레 여름에는 생선회를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조금만 신경써서 위생처리하면 전혀 문제가 없고 전염도 되지않는 것을 전염병으로까지 지정,

생선회 관련산업을 모두 죽여야 하는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

이번에는 비브리오패혈증 실체와 예방법을 집중 보도한다.



□ 비브리오 패혈증(敗血症)


지금까지 알려진 비브리오균은 총 34종이고 이 가운데 병원성인 것은 12종이다.

비브리오패혈증 원인균은 비브리오 블니피쿠스(Vibrio vulnificus) 이다.

 

패혈증이란 말 그대로 비브리오균때문에 패혈, 즉 피가 제 기능을 하지못해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패혈증은 역사가 짧아 약 20년 전부터 보고되기 시작됐을 뿐 그 이전에는 단순히 식중독세균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패류를 섭취한 후 24시간 이내에 발병, 발열과 오한, 피부병변, 구토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vibrio photo.jpg

비브리오 균에 감염된 다리와 손가락 사진,

c: 현미경으로 본 비브리오 박테리아.

출처: http://cafe.daum.net/byoyang/Imat/3


□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어디 있나


비브리오패혈증균은 소금을 좋아하고 소금이 있어야 살 수 있는 미호염성(微好鹽性, 2~3%) 세균으로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연안에 서식한다.

겨울철에는 수온이 낮아 바다밑 갯벌에서 월동하다 봄철 해수온도가 15℃ 이상으로 올라가면 표층수에서 검출된다.

특히 해수온도가 20℃ 이상 되는 6~10월 바닷물 표층에서 많이 검출된다.



□ 감염 경로


대부분의 간질환자, 알콜 중독자, 당뇨병 등 지병(持病)이 있는 면역력 약한 노령자가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오염된 수산물을 비위생적으로 생식했을 때 감염된다.

또 상처있는 사람이 해수욕장에서 비브리오패혈증균에 오염된 바닷물과 접촉했을 때 상처를 통해 균이 침입, 발병하기도 한다.



□ 건강한 사람도 걸리나?


비브리오 패혈증 특징은 건강한 사람의 감염은 매우 드물다는 것.

음주를 많이 해 간기능이 저하된 알콜 중독자가 감염률이 높고 증세 역시 강하다.

비브리오 패혈증에 의한 사망자의 90% 이상이 간경화 등 간질환자, 알콜 중독자, 만성 신부전, 백혈병 등의 환자로 면역력이 약한 노령자가 대부분이다.

건강한 사람은 걸릴 확률이 대단히 낮다.

남녀 비율은 5:1로 남자가 많다.



□ 생선회 살점은 무균 상태


사람은 물론이고 활어 등 살아있는 생명체는 이물질이 근육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생체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어 균이 아가미, 껍질, 비늘 밑에 붙어있다.

따라서 생선회를 조리할 때 비위생적으로 조리하면 칼, 도마 등 조리기구에 묻어 2차오염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껍질과 비늘을 제거하거나 내장을 빼내는 칼과 도마, 그리고 생선회 살을 자르는 칼과 도마를 별도로 사용하면 된다.

또 손, 도마, 칼, 행주 등을 철저히 소독해 위생적으로 조리하면 전혀 걱정할게 없다.



□ 균 한 마리라도 먹으면 패혈증에 걸리나?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산(酸)에 약하기 때문에 위(胃)를 통과할때 pH 2.0이하의 위산(胃酸)과 섞이면서 사멸한다.

우리나라는 생선회에 비브리오균이 한 마리라도 검출되면 안되지만 일본에서는 1백개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 정도 균은 먹어도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염려가 없다.



□ 냉장고에서도 증식하나?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중온성 세균으로 사람의 체온에서 증식이 가장 빠르다.

체온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증식이 늦어지고 60℃에서는 사멸한다.

체온도보다 낮은 범위에서는 온도가 낮을수록 증식이 억제될 뿐 아니라 10℃ 이하가 되면 현저히 줄어든다.

냉장고 온도인 5℃ 이하에서는 균이 증식하지 못하고 아예 휴지(休止) 상태가 된다.

따라서 5℃ 이하 온도를 유지하면 비브리오 패혈증이나 식중독에 걸릴 염려가 없다.


□ 동결시키면 죽나?


가열하면 세균을 사멸하지만 동결은 세균을 사멸시키지 못한다.

생선회를 동결하면 비브리오 패혈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상식을 믿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동결시키면 균이 휴지(休止) 상태로 있다가 해동하면 다시 증식한다.

따라서 동결하는 것은 비브리오 패혈증을 막지도 못하고 생선회를 맛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 민물에 씻으면 죽는가?


필자 연구실에서 도마에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오염시키고 수돗물에 넣어둔 실험에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전부 사멸한 실험결과를 갖고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묻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아가미, 껍질, 비늘 등을 처리할 때는 수돗물로 충분히 씻어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죽여야 한다.



□ 레몬즙을 짜면 예방될까?


레몬즙을 짜면 비브리오 패혈증 및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에 너도나도 생선회에 레몬즙을 짜댄다.

레몬즙은 pH 2.4의 강산성이긴 하나 접시에 담겨져 있는 생선회에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죽을 수 있게 골고루 레몬즙을 짤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레몬즙을 골고루 짜면 강한 향때문에 생선회 맛을 느낄 수 없다.



□ 비브리오 패혈증은 전염병이 아니다.


전염병이란 콜레라, 장티푸스, 감기, 아폴로눈병처럼 발병된 환자로부터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을 말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전염성이 없다.

따라서 수산관련 단체가 요구하고 있는 권역별 주의보 발령도 안 될 이유가 없다.



□ 여름철에 문제가 되는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 발령체계는...


비브리오 패혈증이 제3군 전염병으로 지정돼 여름철 바닷물, 갯벌, 어패류에서 검출되면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 발령을 내지 않을수 없도록 돼 있다.

주의보 발령체계는 균 검출 즉시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이 국립보건원에 보고하고 국립보건원은 확인후 전국에 주의보를 발령하는 아주 단순한 체계로 돼있다.

그러나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여름철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면 표층부에서 검출되는 흔한 균인데 지금대로라면 언제나 여름에는 주의보를 발령 내려야 한다.



□ 주의보 발령에 따른 시민 반응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은 주의보가 발령되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면서 당연히 생선회를 멀리한다.

더욱이 날이 갈수록 " 여름철은 생선회를 먹으면 안된다" 는 인식이 고착화되고 있다.


여름철이라고 생선회를 멀리할 이유가 없다.

되레 자주 먹는다.

일본인들이 여름철을 맞아 생선회를 한껏 먹는것과는 달리 생선회를 먹으면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우리국민들과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일본도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가 발령되나?


일본에도 연간 비브리오 패혈증에 의한 사망자 수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여름철에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 발령은 단 한번도 없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

이는 일본에서는 비브리오 패혈증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를 두고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 및 언론이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대처방법 및 보도형태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과학적 근거를 갖고 다시 검토해야 할 숙제다.



□ 비브리오 패혈증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여름철에 비브리오 패혈증이 검출돼 주의보가 발령되거나 환자가 발생하면 언론은 기다렸다는듯이 경쟁적으로 환자를 화면에 떠올리는 등 무시무시한 질병으로 보도, 국민들의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다.

앞으로는 환자 건강 상태와 조리 위생정도 등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이유를 상세하게 알리는 예방차원의 보도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 수출도 타격받는다.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가 발령되면 일본으로 수출되는 넙치 가격이 3분의2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에따라 일본 활어 유통업자들은 매년 여름철이면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 발령을 은근히 기다린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가 발령됐을때 수입어종을 생선회로 먹고 일본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렸다는 보도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일본인들은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리지 않는 특수 체질인가.

우리 양식업자는 피해를 보고 일본 수입업자를 배불리는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 발령은 분명히 잘못돼 있다.



□ 주의보 발령으로 입는 경제적인 손실은..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가 발령되면 1주일 정도 횟집에 손님 발길이 뚝 떨어진다.

주의보 1회 발령 때문에 전국 생선횟집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대략 3천억원.

한 업소 하루 매출액을 약 50만원으로 추정, 전국의 생선회 관련 업소 8~9만여 곳을 기준한 액수다.

 

매출 손실 뿐 만 아니라 양식업자, 유통업자, 부식업자 등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줄잡아 5천억원은 타격을 받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 위생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예방


비브리오 패혈증을 단 한방에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다.

수조관리에서 소비자들이 먹는 시점까지 철저한 위생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한국생선회협회가 개발한 위생관리 시스템으로 생선회를 조리하면 비브리오 패혈증을 예방할 수 있다.


위생관리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해수 및 활어와 함께 수조로 유입된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수조의 온도를 낮춰 증식을 막거나 오존처리 등 살균장치를 장착, 사멸시킨다.

 

둘째 조리전 전처리 단계에서 싱싱 활어기 등을 사용, 활어 아가미 및 껍질 등에 부착된 비브리오균을 죽이는 살균뿐만 아니라 생선회를 쫄깃쫄깃하게 해 맛을 좋게 한다.

 

셋째 조리할때 조리사 그리고 칼, 도마, 행주 등의 조리기구에 의한 2차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위생적인 조리를 한다.

즉 머리를 자르고, 비늘을 벗기고, 껍질을 벗기는 처리를 하는 오염구역과 생선회 포를 뜨고 살점을 써는 처리를 하는 비오염 구역으로 나누어 처리장소 및 담당 조리사 그리고 칼과 도마를 다른 것을 사용한다.

 

넷째 시식하는 동안 상기 과정에서 남아있을 수 있는 비브리오 패혈증균 증식을 막기 위해 냉각된 생선회접시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다.

 



□ 무허가를 없애야 한다.

생계형이라는 명목으로 생선회관련 무허가 음식점이 많다.

한정식, 중화요리, 육고기 등 가열하는 음식은 병원성균에 일부 오염됐더라도 조리과정에서 사멸되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선회는 가열 과정이 없기 때문에 위생적인 조리가 대단히 중요하다.

국민건강을 위해 생선횟집 만은 무허가업소를 단속해야 한다.

포장마차 및 노점에서 생선회를 안주로 소주를 기울이는 낭만도 좋지만 비위생적으로 조리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포장마차에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



□ 제 3군 전염병에서 제외해야 한다.


전염병도 아닌 것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 해수, 갯벌, 어패류 등에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검출되면 국민건강 예방이라는 미명하에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를 발령한다.

일본은 우리처럼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를 발령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생선회를 먹었다는 역사도 조선중기 이후로 비슷한 두 나라가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해 정책차이가 나는 이유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바다나 갯벌에서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검출됐다고 주의보만 발령할 것이 아니라 생선회의 위생적 조리교육 및 관리감독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일본처럼 비브리오 패혈증을 제 3군 전염병에서 제외시켜 주의보 발령에 따른 국민들의 공포를 불식시키고 생선회 관련산업을 보호해야 만 한다. 

 

 

<趙永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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