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는 칼 맛이다  

생선회 맛은 칼 맛이라고도 한다.

날카로운 칼로 단번에 생선회를 썰어야 표면이 매끈매끈하고 씹힘성이 좋아진다.

무딘 칼로 생선회를 썰면 씹힘성에 영향을 미치는 콜라겐(collagen)이 찢어져 육질이 단단해지지 않는다.


생선회 써는 방법은 크게 당겨썰기(평썰기)베어썰기로 나눈다.

육질이 연한 어종은 평썰기를 하고 육질이 단단한 어종은 베어썰기를 주로 하는데 간혹 포를 뜨는 것처럼 써는 경우도 있다.


필자 연구실에서 씹는 방향에 따라서 생선회의 단단함의 차이를 실험한 결과는 다음과같다.

세포 단면에 이빨이 닿도록 씹을 때(수직방향)는 세포의 측면에 이빨이 닿도록 씹을 때(수평방향 )보다 단단함이 약 75%가 되며, 그 방향들 중간 방향에서는 87.5%였다.

이결과는 생선회를 씹을때 이빨이 콜라겐 섬유에 닿는 면적이 넓어야 육질의 단단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는 것을 입증한다.

 

생선회를 썰 때 고객이 수평방향에서 썰어야 동일 재료로 육질을 더 쫄깃쫄깃하게 느낄수 있다.

포를 뜨는 것처럼 써는 방법이 여기 해당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생선회의 맛은 씹히는 촉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평썰기 보다 베어썰기 또는 포를 뜨는 것과 같은 형태로 넙적하게 썬 것을 좋아한다.

또 씹을때 입안을 가득 채우는 포만감도 동시에 느끼기를 바란다.

생선회 맛을 최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니 간과하면 안될 것이다.


생선회는 단면 칼이 좋다 


칼로 식품을 써는 것은 수직으로 누르는 힘의 일부를 양쪽으로 분산, 가르는 힘으로 바꾸는 작용이다.

 

칼의 각도가 작을수록 아래로 눌리는 힘에 대한 양쪽으로 눌러서 가르는 힘이 크게 작용한다.  

얇은 칼일수록 동일 식품을 절단하는데 적은 힘이 들어간다.


생선회와 같이 연한 절단면을 깨끗하게 자를 때에는 절단면이 칼에 밀착되므로 그대로 눌리면 형태가 변형된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칼을 움직이면서 누르면 된다.

이 때 칼을 당기면서 눌러 썰어야 적은 힘으로 썰 수 있다.

한편 야채처럼 조직이 단단한 것은 절단면이 생선과 다르므로 누르는 힘을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칼은 단면 칼과 양면 칼이 있다.

양면 칼은 양쪽으로 눌러서 나누는 힘이 작용하므로 감자 같은 조직이 단단한 야채를 자를 때 편리하다.

생선회 같이 연한 것을 자를 때는 다른 면에 압력이 걸리지 않는 단면 칼이 좋다.

 

 


어육에 맞는 두께로 썰어야


우리가 먹는 음식맛의 판단은 오감(五感)을 통해 결정되며 식품 종류에 따라 오감의 역할이 조금씩 변한다.

생선회는 오감 가운데 씹을 때 느끼는 촉감(觸感)과 미각(味覺)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생선은 육질이 단단한 어종과 연한 어종으로 구분된다.  

단단한 육질로 고급 횟감으로 알려진 복어, 넙치, 돔, 전복 등(주로 흰 살 생선회)은 근육 중에 콜라겐 함량이 많다.

연한 육질인 참치, 방어 등(주로 붉은 살 생선회)은 콜라겐 함량이 적다.

일반적으로 육질이 연한 어종은 두껍게 썰고 육질이 단단한 어종은 얇게 썰어야만 씹힘성(촉감)이 좋아진다.


복어회를 조리할 때 얇게 써는 것은 복어회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 된 생각이다.

복어를 두껍게 썰면 고무 씹는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나비가 날아가듯이 얇게 썰어 쟁반의 무늬가 보이게끔 펼친다.

얇게 썬 복어회를 전용 양념장에 찍어서 입에 넣고 혀로 굴리면서, 복어육의 담백한 맛을 느끼고, 씹으면서 특유의 쫄깃쫄깃한 씹힘성을 느끼면 가히 일품이다.
흰살 생선횟감으로 인기가 좋은 광어, 우럭, 돔 등은 보통 두께로 썰며 씹힘성을 더 좋게하기 위해서는 두껍게 써는 것도 괜찮다.

한편 참치, 방어 등의 붉은 살 생선회는 두껍게 썰어야만 씹힘성이 좋아진다.

이들 붉은살 어육은 지방질 함량이 많아 혀로 느끼는 미각(味覺)과 씹힘성이 어우러져 기가 막힌 생선회 맛을 연출한다.


 

<趙永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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