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세계의 낮과 밤

 

인간의 감각 기능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의존하는 것이 시각이라고 한다.

 

빛은 생물의 존재와 삶에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지구상의 무기에너지를 유기물화 하는 필수 요소이다.

‘동물의 세계’ 등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 생물들이 빛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의존도를 보이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면 수중에서는 어떠할까?


수중에서도 빛은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낮과 밤의 변화는 바다의 주연을 바꾸어 놓고 있다.

밤에는 낮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생물을 관찰할 수 있으며,

특히 낮에 활발한 활동력으로 관찰이 불가능한 어류의 경우도 수면을 취하고 있어 쉽게 관찰이 용이하다.

따라서 야간에 바다 속을 들여다 보는 것은 낮에 느끼지 못한 전혀 다른 세계를 맛볼 수 있게 한다.

같은 장소를 낮과 밤에 연속적으로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으로 낮에 본 지형을 밤에 그대로 재확인하는 경우 생물들의 색다른 면과 새로움을 맛볼 수 있다.

 

수중에서 낮과 밤의 비교는 빛에 의한 시각적인 한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광각적인 관점이 아닌 마크로적인 관점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그러면 낮과 밤에 해양생태계의 구성요인들을 비교해 보고, 주로 밤의 생태계를 집중적으로 알아보자.

 

 

빛의 세계


움직임이 강한 생물들은 주로 낮에 활동을 한다.

낮에는 빛을 필요로 하는 식물플랑크톤이나 해조류의 성장이 활발하지만,

그 활동력은 우리 다이버에게 크게 느낌으로 다가 오지는 않는다.

다만 포식자들의 활동 무대만을 지켜볼 수 있다.

낮에는 수면 가까이에 식물플랑크톤이 모이게 되고,

이를 먹고 사는 동물플랑크톤은 포식자로부터 피신하기 위해 오히려 바닥에 머물게 된다.

 

놀래기류, 돔류 등 물고기가 낮에 활발한 먹이활동을 한다.

플랑크톤 등이 공생을 하는 연산호나 말미잘의 경우도 낮에는 촉수를 접고,

공생생물로부터 광합성에 의한 부산물을 영양분으로 공급받는다.

따라서 밝은 지역에 사는 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어두운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촉수를 접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둠이 다가오면


활발하게 먹이를 찾던 물고기들은 잠자리에 들게 된다.

그리고 낮 동안 구석에 꼭꼭 숨어있던 놈들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며 먹이를 찾게 된다.

대표적인 생물들이 초식자이다.

즉, 전복, 성게, 고둥 등으로 돔 류의 집요한 공격을 피해 밤에 먹이활동을 한다.

주로 해가 지는 시기에 은신처에서 나와 밤 내내 해조류를 먹어대고,

다시 은신처로 돌아간다 (사진 1, 2, 3).

 


               사진1                                      사진2                                    사진3


한편 낮과 전혀 다른 광경을 볼 수 있는 지역이 연산호와 가지산호 군락이다.

작은 촉수들이 마치 수국과 같이 활짝 피어 물에 떠다니는 유기물을 열심히 잡아먹는다.

이때, 먹다 남은 찌꺼기를 공략하는 생물들이 바로 수중사진에서 자주 접하는 작은 개오지류나 아케우스게(사진 10) 등이다.

 


                    사진10

 

낮에는 연산호 부착기 부근이나 암반 틈에 숨어 있다가 밤에 촉수 사이에 걸린 먹이를 주워 먹는다.

또한 갯민숭달팽이도 밤에는 바쁘게 움직인다. 먹이를 위해 내민 산호의 촉수를 먹기 위해서이다.

갯민숭달팽이는 몸 안에 물고기가 싫어하는 향기와 촉수를 보관하고 있어 낮에 나와 다녀도 공격받지 않지만 먹이 활동은 산호가 촉수를 내민 밤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떼로 모인 갯민숭달팽이는 주로 어두운 바다나 아니면 밤에 관찰할 수 있다 (사진 4 ∼7).

따라서 산호주변의 작고 예쁜 생물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주로 밤을 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며, 낮에만 가능한 지역은 그늘진 곳이나 수심 깊은 지역이 바람직하다.

 

                사진4                                      사진5                                  사진6


                 사진7

 


다이버버를 좋아하는 생물들


밤에 다이빙하는 사람들은 반기는 생물도 있다.

작은 조명을 통해 모이는 먹이를 먹을 수 있는 화살벌레등 대형 동물플랑크톤이나 볼락류 등 저서어류이다.

물 속에서 한군데 집중적으로 빛을 비추면 작은 생물들이 바글바글 모이는 것을 보게 된다.

빛을 통해 먹이를 구하는 종들로 이들은 야간 비디오 촬영에 상당한 장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잠을 깬 볼락류도 불빛에 모인 작은 생물로 야식을 즐기기도 한다.

따라서 빵가루나 소세지가 아닌 빛을 통해 생사료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밤의 황제 문어


문어도 낮에는 은신처에 숨어서 밤에 잡아 놓은 먹이를 먹고 지낸다.

다른 해양생물에 비해 머리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밤에 활동하는 새우나 게, 잠을 자는 작은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으며,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조개도 먹어치우는 잡식성이다.

밤에 자신의 몸을 가만히 노출하여 다른 생물로 하여금 돌로 오해하여 만들어 놓아 아무 생각 없이 접근하는 생물을 잡아먹는 노력한 사냥꾼이다 (사진 8).

 


                사진8

 

 

힘겨워 보이는 집게도 야행성이다.


단단한 고둥 껍질로 무장한 집게도 밤에 주로 먹이를 구한다.

낮에 나와 다니면 영락없이 놀래기의 먹이가 된다.

아무리 고둥 껍질이단단하다 해도, 놀래기는 주둥이로 고둥 껍질을 뒤집고 그 속의 집게를 꺼내 먹는다.

혹돔의 경우 심지어 고둥을 깨기도 한다.

따라서 밤에 나와 해조류에 붙어있는 유기물이나 물어 떠다니는 물질을 걸러 먹는 잡식성이다 .(사진 9).

 

 
                  사진9

 

밤에 다이빙하면 해조류 엽체에서 유난히 많은 집게를 볼 수 있는 것은 해조류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조류가 분비하는 끈적끈적한 물질에 붙어있는 유기물을 먹기 위해서 이다.

따라서 엽체가 녹는 과정인 미역이나 작은 엽체가 얼기설기한 모양을 보이는 모자반에 유난히 집게가 많이 모인다.

 

 

다양한 잠버릇


낮에 그 많던 물고기들은 밤이 되면 어디에 가 있을까?

이들은 주로 돌 틈이나 굴속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물고기마다 독특한 수면 방식이 있다.

이미 다 알려진 것이지만 쥐치는 모자반의 엽체를 물고 자며,

열대 환경의 앵무고기류는 거품을 만들어 그 속에서 잠을 잔다.

잠을 자면서 주변 환경을 감시하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가자미, 양태 등 저서어류는 모래 속에 몸을 파묻고 잠을 취한다 (사진 11, 12).

 


                  사진11                                   사진12


다만 움직임이 둔한 곰치, 뱀장어류는 오히려 밤에 이동을 하거나 먹이를 구하고 낮에는 펄 속이나 돌 밑에 은신한다.

이렇듯 해양생물들은 빛에 의해 다양한 생태를 나타내고 있어서 이를 알고 접근하면,

영상활동뿐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에서도 훨씬 효율적으로 재미를 부가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장의 문어 사진을 위해 낮에 돌 틈을 헤매다니거나,

개오지 사진을 위해 연산호 군락을 헤집는 것이 다소 무모한 짓임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제 낮에만 즐기는 일방적인 다이빙 방식을 바꾸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유발하는 생태다이빙이 될 것이다. 



자료제공 : TDI KOREA 에코다이빙클럽,
사진제공 : 라이코스 수중사진동우회 인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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