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호흡 익스트림 스포츠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과는 달라

바다동물과 인사·공중회전 등 재미 넘쳐

 

별다른 장비 없이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 프리다이버. 이종기 수중사진 작가 (소니 RX100시리즈로 촬영)


푸른 바다로 ‘풍덩’… 인어 돼 볼까

“자, 여기가 거기다. 뛰어 내려!”

 

항구를 떠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여행 가이드가 티셔츠를 훌러덩 벗어던지더니 외쳤다.

구명조끼도 튜브도 없이 뱃머리에 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부들부들 떨다가 코를 막고 뛰어 내렸다.  

바다는 깊었고 아름다웠다.

잿빛 산호가 아닌 분홍빛 산호가 가득했고, 부유물이 거의 없어 바위의 세세한 결까지 다 보이는 유리알 같은 바다였다.

맥주병에 불과했는데, 바다수영까지 해봤으니 물놀이라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반인반수’ 패거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벗은 몸으로 수면 밑을, 그것도 까마득한 수심을 헤엄쳐 다니는 6~7명의 사람이 그 바닷속에 있었다.

그들은 열대어와 수초 사이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중이었다.

호들갑 좀 섞어 말하자면 무슨 ‘인어의 현현’인 줄 알았다.

그들이 몸에 걸친 거라고는 손바닥만한 수영복과 시커먼 물안경이 전부였다.

스쿠버다이버들이 메는 공기통? 찾아볼 수 없었다.

오리발은 몇 명만 신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지금껏 봐온 딱딱한 오리발과는 달랐다.

낭창거린달까, 하늘거린달까, 아무튼 물고기 지느러미 같은 오리발이었다.

 

몇 년 전 크로아티아의 흐바르섬에서 보트투어를 하다가 보게 된 결정적인 장면.

그리고 자연스레 떠오른 의문 한 가지.

아가미도 없는 인간이 바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스포츠라면 무조건 꽁무니부터 빼던 과거를 뒤로 한 채 프리다이빙(무호흡 잠수)을 배우겠다고 나선 건 그 때문이었다.

 

수면 위서 대기 중인 프리다이버들. 이종기 수중사진 작가 (소니 RX100시리즈로 촬영)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들은 프랑스에서 날아온 프리다이빙 팀으로,

훈련 중에 막간을 이용해 프리다이빙의 일종인 ‘펀 다이빙’(수심이 낮은 바다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등의 프리다이빙)을 즐기던 중이었다.

‘무호흡 잠영’으로 요약되는 프리다이빙에 매혹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귀국하기가 무섭게 덕다이빙(입수)을 배웠고, 5m 수심 잠수풀을 다녔으며, 틈날 때마다 프렌젤(frenzel. 압력평형)을 연습했다.

일본 이시가키섬에서 거대한 만타가오리를 보고 나서는 프리다이빙을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 야속 할 지경이었다.

 

프리다이빙은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외부 호흡장비(공기통) 없이 자신의 호흡으로 다이빙하는 스포츠다.

프리다이빙의 가장 큰 장점은 마스크(물안경)와 스노클 외에 별다른 장비가 필요치 않다는 점이다.

날씨나 목적에 따라 슈트와 웨이트(무게추), 핀(오리발)의 필요 유무가 갈리기는 하지만, 펀 다이빙만큼은 가벼운 차림이어도 괜찮다.

러시아의 프리다이빙 전문가 나탈리야 압세옌코는 몇 년 전 북극에서 알몸다이빙을 하기도 했는데, 슈트 같은 인공물질을 싫어하는 흰돌고래와 함께 헤엄치기 위해서였다.


프리다이버들은 입수 순간 빠르게 다리를 움직인다. 입수 순간을 포착해 물 위를 걷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종기 수중사진 작가 (소니 RX100시리즈로 촬영)


지상에서 불가능한 많은 일이 물속에서는 가능해진다는 건 연습 과정에서 덤으로 얻는 재미다.

물구나무도 공중회전도 텀블링도 가능하다.

 바다나 풀장의 밑바닥까지 호흡을 참으며 내려간 뒤 고요하게 일렁이는 수면을 바라볼 때의 희열은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이 안 된다.

 

프리다이빙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이므로 스쿠버다이빙과는 달리 정기대회가 열린다.

올해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대회는 8월19일부터 시작된다. 프리다이빙의 세계기록은 시더블유티(CWT: 고정웨이트와 핀을 착용하는 종목) 수심 128m, 한국 기록은 83m다.



Free Diving(프리다이빙)

무호흡 잠수.

공기통 없이 숨을 참으면서 수중에서 활동하는 레저스포츠.

스노클링·스쿠버다이빙과는 다르며, 해녀의 잠수와 오히려 비슷하다.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다 .


By  한겨레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사진 : 이종기 수중사진작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