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을 질주하는 포뮬러1(F1) 머신부터 공사장을 누비는 덤프트럭까지 자동차에서 유일하게 노면과 닫는 부문은 타이어다.
달리고 멈추고 회전하는 모든 과정에서 타이어는 사람의 발처럼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한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적인 타이어는 최대 지구를 한 바퀴 반 정도(6만㎞)까지 주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자기 무게의 30배가 넘는 차를 짊어지고 무려 3000만번을 회전한다.
과학기술의 개가다.
도로를 달리는 바퀴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진화 중인 타이어업계의 최신 기술들을 들여다 봤다.
한 해 180조원이 넘는 타이어 시장을 이끌며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 주입식 타이어는 펑크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주행 중에 생긴 공기압 이상은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타이어 개발자들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런플랫 타이어다.
런플랫 타이어는 복원력이 강한 고무 지지대가 타이어 안쪽 양 측면에 들어 있다.
펑크로 공기가 빠져나가도 지지대가 바퀴 모양을 유지해 주기 때문에 일정 거리 이상은 문제 없이 달릴 수 있다.
아예 펑크가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보조 타이어로 갈아 끼울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게다가 주행 중 펑크로 인한 사고를 막아줌과 동시에 불필요한 스페어타이어를 트렁크 등에 넣고 다닐 필요가 없어 연비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는 20여년간 한 우물을 판 일본의 타이어 브랜드 브리지스톤이다.
자동차 메이커인 BMW 역시 이 기술을 발 빠르게 자사 브랜드에 적용했다.
BMW는 현재 M시리즈를 제외한 모든 모델에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BMW 3시리즈는 펑크가 난 상태에서 시속 80㎞ 속도로 250㎞를 달릴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전용 휠을 사용해야 하고 타이어 중량이 늘어난다.
딱딱한 고무가 타이어 안쪽을 받치고 있어 일반 타이어와 비교하면 승차감도 다소 떨어진다.
물론 가격도 비싸다.
펑크로부터 사람과 차를 지키는 기술은 이 외에도 다양하다.
독일업체 콘티넨탈과 프랑스 미쉐린등은 타이어의 속 빈 공간에 단단한 링을 끼워 넣어 펑크가 났을 때 타이어를 지탱해 주는 방식을 이용한다.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랠리 등에 쓰이는 무스 타이어가 이런 방식이다.
못 같은 뾰족한 물건을 밟아 생긴 구멍을 스스로 치유하는 타이어도 있다.
콘티넨탈이 최초로 개발한 실런트 타이어는 타이어 내부에 있는 촉촉한 보호막이 구멍 난 부분을 메워 준다.
손상 부위를 스스로 봉합해 준다고 해서 '셀프 실링 타이어'라고도 부른다.
일반 타이어에 비해 중량이 10% 정도 무겁지만 승차감과 제동 성능, 핸들링 성능과 소음 등은 일반 타이어와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초기 시장은 콘티넨탈과 피렐리 등 일부 글로벌 브랜드가 독점했지만 최근엔 금호타이어도 양산형 상품을 내놨다.
실런트 타이어는 현재 폭스바겐의 CC와 기아차 K9 3.8 모델 등에 기본 장착된다.
아예 공기를 없애는 역발상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는 타이어도 있다.
미쉐린의 트윌(Tweel=Tire+Wheel)이 대표적이다.
타이어와 휠이 한몸인 트윌은 공기 주입 타이어와는 달리 유연한 폴리우레탄을 소재로 한 '스포크'(바퀴살)와 이를 감싸는 고무 층이 기존 공기의 쿠션 역할을 대체한다.
트월은 일찍이 나사(NASA)의 달 유인탐사차량 로버LRV에 적용됐던 기술이다.
내구성, 주행성, 제동성 등 기본기 외에 최근에는 연비 성능도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보통 1.5t 정도에 달하는 자동차의 중량 중 타이어 무게는 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타이어가 차량의 연비에서 차지하는 기여율은 자그마치 20% 정도에 이른다.
친환경 타이어를 장착하고 연비가 ℓ당 16.6㎞인 자동차로 연간 1만 2500㎞를 주행하면 연간 약 14만원을 아낄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4.7㎏가량 줄일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타이어도 속속 등장한다.
석유 부산물 사용 비중을 줄이는 대신 오렌지 껍질에서 추출한 기름이나 옥수수 전분가루 등을 이용한 친환경 소재 타이어도 등장했다.
진보된 타이어 기술의 끝판 왕은 액티브 휠이다.
액티브 휠은 스스로 움직이는 타이어다.
자동차의 하부 구조인 섀시에서 담당하는 기능인 구동과 제동, 서스펜션 기술이 모두 타이어와 알루미늄 휠 안에 들어간 제품이다.
기존 엔진룸을 차지하던 다수의 부품(엔진, 기어박스, 클러치, 트랜스미션 축, 변속·완충장치 등)이 타이어 속으로 들어간 덕에 액티브 휠을 이용하면 차의 공간 활용이 획기적으로 변한다.
실제로 미쉐린이 실험 중인 액티브 휠에는 30㎾의 출력을 내는 전기모터가 들어간다.
네 바퀴에 모두 액티브 휠을 쓰면 2.5ℓ 가솔린 엔진을 능가하는 출력을 내는 셈이다.
네 개의 타이어가 개별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4륜이나 2륜 구동은 물론 심지어 1륜이나 3륜 구동까지 구현할 수 있다.
[서울신문]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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