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엉터리

 

다이빙 사고 발생시 증거의 보전

1. 서론


다이빙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문제와 형사상 책임 문제가 야기됩니다.
그런데 다이빙 사고는 수상, 또는 수중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육지에서의 사고와 달리 사후에 사고 현장이 정확히 어느 곳이었는지 특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사후 사고 현장에 대한 증거 수집,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목격자가 없거나, 목격자가 있어도 피해자, 가해자와 사이에 특수한 친분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피해자 구조 또는 구조 시도 때문에 예외 없이 피해자를 사고 현장에 보존하지 않고 육상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고 원인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증거들이 유실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증거유실로 인하여 피해자측 입장에서는 이 사고의 발생원인이 무엇인지, 가해자가 있는 것인지, 가해자가 있다면 그의 과실은 무엇이며 그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며,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자의 입장에서도 과연 자신이 가해한 것이 사실인지, 자신의 어느 행위로 인하여 가해 결과가 야기된 것인지, 사고에 대한 자신의 과실 비중이 어느 정도이며, 다른 가해 원인은 없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에 본고에서는 다이빙 사고 발생시 사고 관련자들이 확보, 보전해야 하는 증거들이 어떤 것이고 어떤 증거방법으로 확보, 보전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봅니다.

그리고 논의의 편의상 본고 상의 다이빙 사고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그룹에서 이탈하거나 버디와 헤어진 다이버, 또는 애당초 솔로(Solo) 다이빙을 시도한 다이버가 수면, 또는 수중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경우로 한정하여 설명합니다.



2. 다이빙 이전 단계에서 수집, 보전되어야 하는 증거

어차피 다이빙 사고 발생시 수집, 보전되어야 하는 증거란 모두 사고 발생 후에 얻어지는 것입니다만,

다이빙 사고 발생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해당 다이빙 이전의 피해자나 가해자의 여러 가지 상황에 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우선, 피해자에 관한 정보 중에는 피해자에게 신체상, 정신상 장애가 있었는지, 어떤 병력이 있었는지, 평소 지병이나 어떤 비정상적인 증상이 있었는지에 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정보는 피해자측에서 자발적으로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해자측으로서는 위와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피해자측을 탐문하여야 하고,

직장( 피해자가 직장에 근무 중이었다면 ), 의료보험조합, 각종 보험회사( 피해자가 보험에 가입했다면 ) 등에 직무상 작성된 각종 건강진단서 등을 입수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서류는 피해자측이 협조하지 않는 한 얻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수사기관 또는 법원의 힘을 빌어 구할 수 있습니다.

다음, 피해자의 사고 당시의 건강 상태에 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혹시 사고 전날 밤샘 작업을 하거나 과도한 운전을 했는지 등에 관한 정보나 혹시 감기 증상이 있었는지 등에 관한 정보는 사고 원인 판단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정보에 관한 증거방법으로는 동료들의 진술이나, 피해자 소지품 중의 복용 중이던 약봉투 등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의 다이빙 경력, 자격 등급 및 자격부여기관, 로그 숫자, 해당 장소 방문 횟수, 해당 장소 다이빙 경력 등에 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는 피해자나 동료의 로그북, C-card, 일기장, 메모 등이 증거로 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의 경우에는 가해자의 직업, 경력 및 만일 가해자가 다이버라면 그의 다이빙 경력, 자격 등급 및 자격부여기관, 로그 숫자, 해당 장소 방문 횟수, 해당 장소 다이빙 경력 등에 관한 자료 역시 필요합니다.


3. 다이빙과 관련된 일반적 정보


다이빙 사고 원인이 명백한 경우라도,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해당 다이빙과 관련된 일반적 정보를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사고가 난 경우에는 대부분 다이빙 계획대로 실제 다이빙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계획 자체가 무리하게 작성된 경우이므로,

다이빙 계획이 피해자팀의 등급에 맞추어서 이루어진 것인지, 무감압한계내에서 적절하게 기획되어서 위험 요소는 없었는지, 팀원의 구성은 적절한지, 계절이나 기상적 요소가 충분히 고려되어 있는지, 안전 장비에 관한 준비는 제대로 되었는지 등에 관하여 엄밀히 검토해 보고, 사고와의 연관성 유무를 검토해야 합니다.

만일 다이빙 계획단계에서의 잘못이 사고로 연결 될 경우에는 가해자 측에서의 은폐 시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은폐 시도가 이루어지기 전에 피해자 측에서 동료들을 탐문하고 그들의 로그북을, 문제가 되기 전에 입수해 두어야 합니다.

 

 

4. 사고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사고 현장은 대부분 피해자가 발견된 장소가 될 것인데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크게 장소적 정보, 시각적 정보, 피해자의 신체 상태 관련 정보, 피해자의 장비 상태 정보로 구분됩니다.


우선 장소적 정보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피해자 구조에 급급한 나머지 증거보전에 소홀하여 나중에 발견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에 관하여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공방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구조선에 GPS가 설치되어 있다면 피해자 발견 장소에 관하여 정확한 좌표를 확인해 두어야 하며, 지형지물이나 특이 생물상 등을 기억하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라면 납벨트라도 투하하여 발견 장소에 관한 증거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이는 구조 시점에서는 워낙 즉각적인 구조 자체가 중요하므로, 아무도 해당 지역의 수심, 수온, 조류, 시야 거리, 수초지역, 암초지역, 폐그물, 수중동굴, 난파선 등과 같은 지형지물적 특성, 해당 지역에서 발견되는 특이생물상, 특히 독성생물이나 다이버를 공격하는 생물의 출현지역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증거 방법을 남기지 않을 것이나,

필히 후에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추가 방문을 해서 조사를 해야 하므로 반드시 필요한 증거보전방법입니다.

그러나, 장소적 정보는 일단 구조 시점에서는 그 곳이 어느 곳인지를 특정하기 위한 증거방법보전만이 필요한 것이고, 수심, 수온, 조류, 시야 거리 등과 같은 구체적인 장소적 정보는 후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현장검증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구조 단계에서 위 구체적 장소적 정보에 관한 증거방법을 확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수면이나 수중에서 조류에 휩쓸리고 있을 때에는 정확한 사고 장소를 추측하기 위하여 사고 당시의 조류 세기, 방향 등에 관한 증거방법도 확보해 두면 좋습니다.
그리고 다이빙 장소와 사고 장소가 대부분 인접한 지역일 것이므로 동료들의 로그북, 다이빙 포인트 안내서, 소개서 등이 장소적 정보에 관한 1차적 증거방법이 될 것입니다.

다음, 시각적 정보는 입수 시각, 예정된 수중활동 시간, 예정된 출수 시각, 실종 시각, 구조에 나선 시각, 발견 시각에 관한 정보로서, 가장 정밀한 수치로 측정되어야 하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다이브 컴퓨터 등에 의하여 입증되는 시각 외에는 “1, 20분 후” “한, 두시간 후”라는 식으로 부정확한 관련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시각을 계산하는 수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고 발생시 구조자들은 위와 같은 시각적 정보를 반드시 메모해 두어 사후 조사에 대비해야 합니다. 만일 피해자가 표류하고 있다면 조류의 속력, 방향과 더불어 표류시간을 정확히 알아야 사고 장소를 역산할 수 있습니다.

다음, 사고 원인을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해 주는 증거방법은 피해자의 신체 상황입니다.
발견시 피해자가 가만히 엎드리고 있는지, 누워있는지, 아니면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는 조류의 영향이 없다면,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육상 같으면, 피해자 발생 현장에 폴리스라인(Police Line)을 치고, 사진기나 비디오같은 영상 매체로 기록을 남길 것인데 다이빙 사고의 경우에는 피해자 구조 단계에서 수중 촬영을 시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관한 정보는 구조자들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구조자들도 경황이 없고, 대부분, 구조자들이 피해자의 Vital Sign을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신체에 손을 대기 때문에, 나중에 피해자의 발견 당시 상황에 관하여 구조자들 사이에서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지, 조류에 휩쓸리고 있는지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나아가, 피해자의 신체의 손상 정도는 육상으로 이동한 뒤 검시관에 의하여 상세히, 과학적으로 검사를 받겠지만, 초기 상태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눈의 충혈 여부, 코피 발생 여부, 그밖에 다른 신체 부위의 손상이나 출혈 여부, 음식물 구토 여부 등은 사고 원인 및 사망 당시의 피해자의 행동 및 상황 판단에 중요합니다.

눈이나 코피 등에 출혈이 있다면 피해자가 사망 직전 급격한 수압의 변화를 겪었다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비상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며, 토해 놓은 음식물이 있었다면 다이빙 도중 구토가 발생하여 토사물로 인하여 질식하였다는 추측을 가능케 합니다.

한편, 검시관의 부검에 의하여 보다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게 되는데,

예컨대 해당 바닷물에서 검출되는 아메바 등이 피해자의 기도 및 폐에서 발견되면, 피해자가 해당 바닷물을 마시고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익사는 아닌 것이 되므로 다른 사망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다이빙 사망 사고에서 공기 부족으로 인한 질식사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망 원인이지만, 실제로는 사망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가 수면 위에 부상한 상태에서 BC에 공기도 충분히 들어 있고, 공기통에도 충분한 공기가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상태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고, 수중에 입수하자 마자, 역시 공기통에 충분한 공기가 남아 있고 모든 장비가 정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가라앉아 사망한 사례도 있는 바, 이러한 경우는 검시관의 부검에 의해서도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힐 수 없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사고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는 피해자의 장비 상태 관련 정보입니다.
다이빙 사고 발생시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증거방법은 피해자의 장비 상태입니다.
피해자가 어떤 장비를 착용, 소지하고 있는지, 어떤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사고 당시에는 사라진 상태였는지, 아니면 부근 어디에 떨어져 있었는지, 아니면, 어떻게 변형된 상태였는지, 장비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는지, 다이브 컴퓨터나 각종 게이지상 사고 당시의 상태가 어느 것인지는 사고 원인을 객관적으로 밝힐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정보이며, 이는 반드시 철저하게 원상대로 보전되어야 하고 절대 변형되어서는 아니됩니다.

예컨대, 납벨트가 그대로 매어져 있다면, 피해자가 비상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거나,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고, 납벨트가 떨어져 나갔다면, 피해자가 비상 탈출을 시도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BC는 해당 수심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되고 있었는지, 어딘가에 구멍이 나 있었던 것은 아닌지, 레귤레이터는 정상적으로 공기를 공급하고 있었는지, 고무 호스 중간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은 아닌지, 공기통의 공기 잔압은 어느 정도 되는지, 공기통의 공기는 맑은 공기가 들어있었는지(예컨대, 겨울에 콤프레서를 작동시킬 때 연탄난로를 옆에 피워놓고 있었다면 일산화탄소가 공기통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작살이나 나이프가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등 피해자의 장비 상태는 무수히 많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피해자 장비의 고장 등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지면, 해당 장비의 제조자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피해자를 육상으로 이동하게 되면 피해자의 장비 착용 상태에 관한 증거방법도 사진 등으로 확보해 두어야 하고, 장비를 해체한 다음에는 해당 장비를 수사기관 등에 보관시켜 증거 조작 시도를 봉쇄해야 합니다.
한편, 수사 담당자가 해당 장비를 점검할 때에도 다이빙 장비 전문가가 조력하여 장비 상태에 관하여 전문적인 점검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 담당자가 점검을 시도하면, 중요한 증거들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제지해야 합니다.


5. 결어


이상 다이빙 사망 사고 발생시 사고 관련자들이 확보, 보전해야 하는 증거방법 및 그 보전방법에 관하여 일별해 보았습니다만, 다이빙 사고의 특성상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발생 원인은 물론 가해자의 민, 형사상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필요한 증거방법이 너무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고 발생시 가해자, 구조자 등 관련자들은, 물론 피해자 구조 자체가 급선무인 것만은 틀림없으나 적어도 손쉽게 보전될 수 있는 증거방법은 미리 미리 확보해 두어 사후 문제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쿠바다이버지(풍등출판사) : 홍지욱 변호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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