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시간대를 조정해 올해 12월30일을 달력에서 영원히 없애기로 한 남태평양 섬나라 사모아에서 29일(현지시간) 자정부터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는 축제가 벌어졌다.

수도 아피아에 모인 사모아인들은 29일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림과 동시가 날짜가 31일로 넘어가자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이번 조치로 '전 세계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나라'였던 사모아

2012년 새해를 '가장 먼저 맞는 나라'가 됐다.

이날 사모아 곳곳에서는 신년 전야 파티가 시작됐으며,

해변은 가장 먼저 새해를 맞으려는 관광객과 시민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날짜 변경선 인근에 있는 사모아는 최근 교역이 늘어난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과 시간대를 맞추려고,

이번 주 금요일을 건너 뛰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119년간 날짜변경선 동쪽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시간에 맞춰 왔기에 거리상 가까운 호주, 뉴질랜드와는 시차가 벌어져 영업일 기준으로 이틀을 손해 봤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사모아가 금요일이면 호주와 뉴질랜드는 토요일이고, 사모아가 일요일이면 두 나라가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표준시간을 조정한 결과,

사모아는 호주보다는 오히려 3시간 빠르고,

뉴질랜드보다는 1시간 빠르게 됐다.

그 대신 사모아는 관광 마케팅 포인트였던 '세계에서 가장 늦게 해가 지는 나라'라는 지위를 버리고 세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들 중 한 곳이 됐다.


한편으로는 동부 미국령 사모아의 표준시간은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되고,

1962년에 독립한 서부 영토에만 새 표준시가 적용되면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같은 사모아 제도에서 서로 날짜가 달라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모아 정부가 개최한 '카운트다운' 행사에는 총리와 저명인사들이 참석해 연설했으며,

축하 공연이 뒤따랐다.
이 자리에서 투일라에파 사일렐레 말리엘레가오이 총리는 "오늘 밤은 사모아 역사에 길이 남을 중대한 순간"이라며,

호주, 뉴질랜드와 주중 내내 무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날짜 변경이 가져 올 혼란에 대비해 사모아 정부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사라진' 금요일 근무에 대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사모아의 애기 그레이 리조트는 금요일 예약자에 대해 숙박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12월30일이 생일인 사모아인 775명은 올해 생일이 사라져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피아<사모아> AFP·AP=연합뉴스)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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