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측정기의 진실

 

운전자라면 누구나 음주 운전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음주 운전자 자신의 피해도 문제지만, 피해자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다.

 

술은 에탄올(ethanol, CH3CH2OH)의 양에 따라 센 술, 약한 술로 구분된다.

 

소주는 20% 내외의 에탄올과 80% 정도의 물로 이뤄져 있다.

소량의 첨가물도 포함돼 있지만 주성분은 물과 에탄올이다.

 

 

마신 에탄올은 효소(alcohol dehydrogenase)에 의해 산화돼 아세트 알데히드(aldehyde, CH3CHO)가 된다.

더 산화되면 결국 아세트산(acetic acid, CH3COOH)이 된다.

 

산화(oxidation)는 화학물질이 산소를 얻거나, 수소가 잃거나, 전자를 잃어 다른 물질로 바뀐 것을 말한다.

아세트산은 대사를 통해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에탄올 분해 속도는 사람, 성별, 인종에 따라 매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다.

 

음주 측정결과 혈중 에탄올 농도가 0.05% 이상 되는 운전자는 처벌받는다.

면허정지부터 구속까지 다양한 형태의 벌을 받는다.

성인 기준으로 소주 2잔 반, 맥주 2컵 정도를 마시고 음주 단속 기준을 초과한다.

그러나 개인차가 많으므로 정답은 아니다.

음주 운전과 관련해 정답은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음주측정기(breathalyzer)는 호흡에 포함된 에탄올의 양을 측정해 혈중 에탄올 농도(blood alcohol content: BAC)를 계산해 낸다.

음주 단속에서 기기를 신뢰할 수 없다고 시비를 거는 운전자는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를 한다.

혈중 에탄올 농도는 색의 변화를 기기로 측정한 뒤 에탄올의 양을 알아낸다.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에탄올의 양을 알 수 있다.

운전자가 호흡을 음주측정기에 불어 넣으면 측정기 안에 황산(H2SO4), 질산은(AgNO3), 중크롬산 칼륨(K2Cr2O7)이 녹아 있는 용액에 호흡에 포함돼 있던 에탄올이 녹는다.

녹은 에탄올은 중크롬산 이온과 반응해 산화한다.

대신 중크롬산 이온은 환원한다.

이 반응은 질산은으로 촉진된다.

붉은 오렌지색의 중크롬산 이온(Cr(VI))은 에탄올과 반응해 초록색의 크롬이온(Cr(III))이 된다.

음주 측정을 한 후에 용액에 크롬이온(Cr(III))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호흡에 에탄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흡에 에탄올이 전혀 없다면 크롬이온이 생성되지 않을 것이므로 크롬이온도 생성되지 않을 것이다.

측정기기는 생성된 크롬이온의 양이 얼마나 되는 지를 측정한다.

용액에서 초록색이 변하는 양은 에탄올의 농도에 비례한다.

결국 호흡에 포함된 에탄올 양을 계산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혈중 에탄올 농도를 결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에탄올이 산화될 때 발생되는 전류를 측정해 에탄올의 양을 파악하는 음주 측정기도 있다.

측정기기의 도움으로 음주 운전 단속 경찰관은 숫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혈중 에탄올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만약에 에탄올처럼 중크롬산 이온을 크롬이온으로 변화시키는 화학물질이 호흡에 포함돼 있다면 술을 전혀 안 마셨어도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다.

음주 측정 대상이 되는 서로 다른 운전자가 같은 양의 음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의 변화가 관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안주로 먹은 음식의 찌꺼기 중에 크롬 이온을 생성할 수 있는 분자(물질)들이 다량 포함됐다면 역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게 측정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렇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측정기기를 연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기기가 피로(fatigue)해 진다.

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기기도 쉬어야 한다.

그러므로 매번 측정할 때 마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면 보다 정확한 에탄올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

 

 

음주 측정기를 속일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고 믿는 운전자들도 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도 없고 효과도 없다. 효과가 있으려면 불어 넣은 호흡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에탄올의 화학 반응을 막아야 된다.

설령 있다 손치더라도 호흡에 실려 가는 그 양은 무척 적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호흡으로 불어넣어 기기를 마비시킬 만한 신비의 물질도 없다.

오히려 역효과가 있는 경우는 있다.

 

일부 구강 청정 용액에 많은 양의 에탄올을 포함한 제품도 있다.

음주 운전 테스트에 대비한다고 에탄올이 포함된 구강 청정 용액으로 입가심을 한다면 오히려 혈중 알코올 농도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술에 들어 있는 에탄올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에탄올이 포함된 용액으로 입안을 헹군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음주 운전에 걸리면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이 각국의 추세이다.

불가리아에서는 음전 운전이 처음 적발되면 훈방, 두 번째는 교수형이라고 한다.

곧바로 감옥에 가는 나라도 많이 있다.

음주 운전과 관련된 정답은 "술을 마셨으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이다.

 

 

저자: 여인형 교수

        <<여인형 동국대 교수의 자동차 과학 이야기>>

 

정리: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출처:  매일경제 & mk.co.kr,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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