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배, 카타마란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 가면 ‘골드코스트’ ‘뉴아카디아’ ‘로얄페리’ 이름이 붙은 쾌속선을 탈 수 있다.

그런데 이 배를 가만히 보면 배의 몸체가 하나가 아니고 두 개로 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배를 ‘카타마란’(Catamaran)이라 부른다.

카타마란은 원래 뉴질랜드 지방의 원주민이 타고 다니는 배로 배 두개를 막대로 연결해 물고기를 잡거나 화물을 날랐다.

이렇게 연결하면 무엇보다도 배의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카타마란은 특히 안정성이 요구되는 고속여객선등에 널리 쓰인다.

 

카타마란과 비슷한 배도 있다.

넓은 의미에서 카타마란에 포함되는 ‘SWATH’(Small Waterplane Area Twin Hull Ship)라는 배는 수면에 닿는 부분을 가늘게 만들어 그 면적을 최소화 하고 대신 물속에 잠수함 같은 형태를 달아 배가 달리면서 뜨도록 한다.

이렇게 수면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면 배가 운항하며 발생 되는 파도가 줄어들어 더 빨리 갈 수 있다.

 

 

공기로 떠서 질주하는 SES

 

카타마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배 앞부분이 커튼 같은 것으로 막혀 있는 배도 볼 수 있다.

‘데모크라시’ ‘페레스트로이카’라는 이름이 붙은 배는 공기부양선(SES)이다.

공기부양선은 배 밑에 ‘스커트’(Skirt)라고 불리는 일종의 커튼을 두르고 그 안에 공기를 집어넣어 에어쿠션을 만들어 배를 물 위로 뜨게 한다.

SES는 우리가 영화 등에서 많이 봐서 익숙한 호버크라프트의 단점을 보완한 배다.

호버크라프트는 배를 완전히 띄우기 때문에 수륙양용으로 운항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공기를 배 밑으로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SES는 배 양옆은 배의 선체 그대로 두고 앞뒤에만 스커트를 달았다.

이렇게 하면 배의 선체는 물에 조금은 잠겨 있어야 해 수륙양용으로 쓸 수는 없지만 스커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배를 띄울 수 있다.

배는 물 위로 조금 떠서 달린다.

이로서 물에 의한 저항이 줄어들어 고속으로 달릴 수 있게 된다.

인천과 백령도를 운항하는 ‘데모크라시5’와 여수와 거문도를 운항하는 ‘가고오고’호도 SES선박이다.

 

 

날개 달고 나르는 수중익선

 

만약 일본으로 배를 타고 여행을 간다면 배 밑바닥까지 물 위에 올라와 달리는 신기한 배를 탈 수 있다.

부산과 후쿠오카 사이를 운항하는 ‘코비호’ ‘비틀호’는 배 밑에 날개를 달아서 물위로 떠오르는 수중익선이다.

 

덩치는 좀 작지만 부산과 거제도를 운항하는 ‘엔젤9호’도 수중익선이다.

비행기에 날개가 있는 것처럼 수중익선 밑에는 날개가 있어 고속으로 운항할 때 이 날개에서 발행하는 양력으로 배가 물위로 뜬다.

비행기처럼 커다란 날개가 있을 필요는 없다.

날개가 받는 양력은 밀도에 비례하는데 물의 밀도는 공기보다 1000배 크기 때문에 수중익선은 작은 날개로도 무거운 배를 물 위로 띄울 수 있다.

물속에 날개 부분만 잠겨있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고래 등과 같이 예기치 못한 물체와 부딪히면 날개가 파손되는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올해 4월 코비호가 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한 적이 있다.

부산과 일본 간의 고속선의 사고일지를 보면 대부분 수중날개의 파손으로 생긴 사고였다.

 

 

수륙양용차 스플래쉬

 

우리나라에 볼 수는 없겠지만 ‘스플래쉬’라는 멋진 수륙양용차가 있다.

스플래쉬는 땅에서는 시속 200km, 물에서는 시속 80km의 놀라운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스플래쉬의 고속항주의 비결도 물속에 날개를 달아 차를 물위에 띄우기 때문에 가능하다.

 

 

 

 

(글 : 유병용 ‘과학으로 만드는 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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