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의 재미있는 공생관계-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해양생물들도 아프리카의 야생동물들 처럼 먹고 먹히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속에도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돕는 관계를 맺고 사는 생물들도 많다.
그중에서도 다이버들의 눈에 자주 띠는 가장 재미있는 행동은 아마 청소 공생관계일 것이다.
사람들이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고, 땀을 많이 흘리면 목욕탕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양의 물고기들도 클리닝 스테이션(Cleaning station)을 찾는다.
암초 지대의 클리닝 스테이션은 바위나 돌산호 등이 돌출된 곳으로 그곳에는 항상 청소동물들이 서비스를 받고 싶은 고객 물고기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손님들이 찾아오면 부지런하게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혼자서 등을 밀지 못하는 것처럼 물고기들도 스스로 피부관리를 할 수가 없다.
기생충이 피부를 파고들어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산호나 바위 벽에 몸을 비비기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청소동물들의 도움이다.
청소동물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말 그대로 청소와 치료이다.
아가미나 피부에 달라붙은 기생충을 제거할 수도 있고 육식성 동물들의 이빨 사이에 끼어서 썩어가는 먹이동물의 살점을 빼낼 수도 있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물고기의 몸에서 죽은 살점을 뜯어내서 새 살이 돋아나도록 해주기도 한다.
포식자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은 물고기들이 수시로 클리닝 스테이션을 찾아서 서비스를 받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빨리 상처가 치유된다.
그러면 청소동물들은 서비스의 댓가로 무엇을 받을까?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배를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 물고기에게서 제거한 기생충이나 썩은 살점, 먹이 찌꺼기 등이 바로 자신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고객 물고기는 기생충을 제거하고 상처의 죽은 살을 제거함으로써 이익을 얻고,
청소동물은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상호 호혜적인 공생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는 분명 인간 사회와도 비교될 만큼 고도로 분화된 적응 양상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청소공생 관계가 항상 그렇게 서로에게 이익만 주는 것은 아니다.
청소동물들은 기생충이 없는 물고기에게도 접근하여 점액질이나 살점을 뜯어 먹기도 한다.
그래도 서비스를 받는 물고기들은 마치 사람들이 안마를 받는 것처럼 서비스에 취해서 청소동물들을 내버려둔다.
연구에 따르면 물고기들은 처리해야 할 기생충이나 상처가 없어도 단지 청소동물로부터 피부를 자극받는 것 자체에 길들여져서 클리닝 스테이션을 찾는 것 같다고 한다.
아무튼 청소업이 분명 손쉽게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라면 여기에도 당연히 경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암초지대에서 청소업을 벌이는 동물들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소놀래기 외에도 청소고비(망둑어과), 어린 나비고기, 청소새우 등 의외로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
이들 청소동물들의 특징은 모두 고객 물고기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뚜렷한 줄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청소물고기인 청줄청소놀래기(Labroides dimidiatus)의 경우는 주둥이에서 꼬리지느러미까지 줄무늬가 뚜렷한데,
어릴 때에는 검은색 바탕에 밝은 청색 줄무늬가 있고,
성어가 되면 흰색 바탕에 청색 또는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열대바다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청소새우인 밴디드 코랄 쉬림프(Banded Coral Shrimp)의 경우도 집게발과 몸통이 붉은 색과 흰색의 뚜렷한 줄무늬가 있으며,
몸의 종단으로 붉은 줄과 흰줄이 나있는 스칼렛 쉬림프(Scarlet-striped Cleaning Shrimp)도 있다.
이들 청소 동물들은 고객 물고기를 향해서 몸을 흔들거나 집게발은 진동시키는 등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고객 물고기들은 바닥에 몸을 앉히거나, 허공에 수직으로 자세를 잡고 떠서 청소받기를 기다린다.
다음 번 다이빙할 때는 클리닝 스테이션에서 청소동물들과 물고기들의 행동을 관찰해보라.
클리닝 스테이션을 발견하여 이동하지 말고 계속 머물면서 관찰하면 찾아오는 다양한 어류들과 청소동물들의 재미있는 행동들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2005.3/4.월호에서 발췌 <<사진/ 정준연, 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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