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는 기존 DSLR 카메라보다 크기가 50%가 작아진 E-P1을 선보였다.>
<미러와 펜터프리즘을 삭제해 크기가 50% 정도 작아진 것이 특징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없어서 못 파는 카메라’가 등장했다.

 

최근 올림푸스가 ‘초소형 DSLR’이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내놓은 디지털카메라 ‘펜 E-P1’이야기이다.

회사가 예약판매를 위해 준비했던 1,000여대의 카메라가 발매 5시간 만에,

정식판매를 위해 준비해 둔 물량 500여대는 2시간 만에 동이 났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홈쇼핑에서 신제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100만원이면 큼지막하고 좋은 카메라를 렌즈까지 끼워서 살 수 있는 세상인데,

몸체만 120만원이 넘는 이 카메라가 뭐기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을까?

카메라의 종류를 구분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기준은 있다.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사진사가 카메라에 찍힐 영상을 어떻게 들여다 보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특히 개인용 카메라는 SLR(Single Lens Reflex)이라고 불리는 일안반사식 카메라가 대세인데,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면서 앞에 D(Digital)자를 붙인 DSLR 카메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DSLR 카메라는 필름 대신 빛에 반응하는 센서(CCD 또는 CMOS)가 들어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흔히 수동식 카메라라고 부르던 과거의 SLR 카메라와 꼭 같다.



SLR카메라의 최대 장점은 눈으로 본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SLR 형식의 카메라 내부에는 거울이 들어 있는데,

필름(또는 디지털센서)에 비추어줄 빛을 반사시켜 파인더로 옮겨준다.

파인더를 들여다 보던 사진사가 이때다 싶어 셔터를 누르면 카메라는 거울을 위로 들어 올리며 빛을 필름으로 보내 사진을 찍는다.

SLR 카메라가 유달리 찰칵 소리가 큰 이유다.

사용자가 카메라 뒤쪽에 붙은 액정화면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액정식도 있는데,

흔히 똑딱이라 불리는 소형 디지털 카메라에 자주 사용되고 있다.

렌즈를 통해서 들어오는 상을 CCD로 바로 읽어서 디지털화한 화면을 LCD로 보여주는데,

어떤 사진이 찍힐 지 바로 이해할 수 있어서 카메라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개념적으로만 생각한다면 가장 편리하고 진보된 방식인 셈이다.

액정식은 최대의 특징인 액정화면이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다.

자연적인 빛을 그대로 반사해 주는 SLR에 비해 아무래도 시각적으로 불편하고,

신호 처리를 해야 하니 필수적으로 시간차가 발생해 누르는 순간 사진을 찍는 민첩함도 떨어진다.

이런 구분법은 모두 조작의 편리함과 관계가 있을 뿐, 화질과는 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사진에 취미를 붙여 갈수록 사람들은 고성능의 SLR 카메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DSLR 카메라의 커다란 크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필름카메라 시절 부터 사용하던 렌즈를 그대로 쓰기 위해선 어느정도 큰 크기를 유지해야 했고,

필름과 비슷한 크기의 CCD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디지털카메라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CCD의 크기라고 할 수 있는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형 DSLR카메라에는 필름과 똑같은 크기(36 X 24mm)의 CCD가 들어 있으며,

100만원 안팎의 중, 저가형 카메라의 경우는 이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CCD가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보급형인 소형카메라에는 보통 손톱만한 작은 CCD가 사용되며,

심한 경우는 쌀알만 한 CCD가 들어있다.

흔히 카메라를 구분하는 기준인 ‘화소’는 ‘화질’과 다르다.

화소는 사진의 품질보다는 사진을 구성하는 점의 총 개수일 뿐이다.

즉 500만 화소면 500만개의 점으로 사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CCD 크기가 다른 상태에서 화소 수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같은 1,000만 화소라 할지라도 DSLR이 소형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각 화소별로 빛을 받는 면적이 크고, 당연히 사진이 더 밝게 찍힌다.

빛의 양이 충분하니 노이즈도 적은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DSLR 카메라가 화질이 더 뛰어나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고자 하지 않는 한 SLR카메라는 크고 무거워서 아무래도 불편하다.

적당히 잘 찍히면서도 가지고 다니기 편한 카메라를 찾는 실용주의자들에겐 부담스럽게 인식되곤 했다.

카메라 제작사들도 나름대로 크기를 줄이려고 했지만,

내부에 들어있는 거울과 머리부분에 쑥 튀어나와 있는, 빛을 파인더로 모아주는 펜타프리즘 만큼은 어쩔 수 없어서 소형화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DSLR 수준의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크기가 작아 휴대가 가능해진 디자인의 카메라가 등장한 것이다.

최근 발매된 올림푸스펜 E-P1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CCD 크기는 DSLR과 같아서 화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렌즈도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SLR식의 반사거울을 포기해 크기를 줄인 것이다.

이런 카메라를 2가지 기종의 장점만을 합쳤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카메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림푸스와 공동으로 마이크로 포서즈(17.3 X 13mm) 규격의 하이브리드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는 파나소닉도 새롭게 LUMIX DMC-GH1를 내 놓으며 시장잠식에 나섰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이 올 하반기에 내놓을 NX 시리즈도 이런 하이브리드 방식의 카메라다.

삼성은 올림푸스나 파나소닉 보다 더 큰 APS-C(22.3 x 14.9mm) 규격의 CCD를 채용한 만큼,

보다 뛰어난 화질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스포츠나 작품사진 촬영, 취재보도 등 전문가의 영역에선 DSLR 카메라의 성능을 따라잡긴 어렵고,

휴대성만 생각한다면 손바닥만한 소형디지털 카메라가 더 유리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할 만하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보자.

높은 화질과 휴대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인 만큼,

발전의 소지도 충분할 것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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