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 땅에서 잘 놀기의 "초석"님
태안반도의 기름재앙이 발생한지 20여일이 지나고 있다.
사고 직후 찾았던 외국의 전문가들이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하나는 사고 직후 정부의 초기대응이 너무 한심했고, 또 하나는 물밀듯 찾아오는 봉사대였다고 한다.
성탄절에는 드디어 봉사자들이 35만 명을 넘어서면서 절망의 태안에 희망의 불을 지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면에 직접 바다가 아닌 관광, 숙박, 식당가에 또 다른 재앙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몽산포가 고향인 나는 지난 주말 우리 회사 직원들과 태안에 있는 몽산포근처에 있는 서초휴양소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출발 전만해도 아직 봉사도 가보지 못한 죄책감과 주위사람들이 장소를 바꾸라는 아우성에 망설이기도했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고향으로 향했다.
저녁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는 아예 바닷가는 나갈 생각도 못하고 인근의 식당에서 적당히 먹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오래만에 단체손님을 보게 되었다면서 식당주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전연 피해가 없는 이지역인데 매스컴의 과잉 보도로 인해 연말 이때쯤이면 북적대던 몽산포나 안면도 일대에 사람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전연 피해가 없다는 말이 의심도 나고 생선을 먹어도 되는지 확인 차 포구의 회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태안 8경의 하나인 몽산포 백사장에가 봤다.
거짓말 같이 피해는 고사하고 은빛모래 백사장이 그대로였고 방파제 옆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한가로이 낚시질도 하고 있었다.
반면 인근에 즐비한 그 많은 펜션들과 회집에는 우리들을 빼고는 개미새끼하나 보이질 않았다.
정말 오래만에 단체손님을 받았다는 식당주인은 이때 쯤이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 일텐데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았고 인근의 펜션은 꽉 차있던 연말 예약이 100%로 해약되어 문을 닫은 상태라고 하면서 과장·추측보도가 ‘태안’을 두 번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방 저지선 안면도 뚫려’
‘태안군 피해 복구까지 20년 이상 걸릴 듯’
‘태안반도 전역으로 오염 피해 확산 죽음의 바다로 변해’
태안반도 해상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의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일부 언론의 과장·추측 보도가 태안군민들을 더욱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신문, 방송, 잡지, 외신 등 수 백명의 기자들이 경쟁적으로 취재하면서 일부 언론이 현장 확인을 거치지 않고 기자실에서 전화를 통한 기사 송고를 하는 등의 상황이 늘어나면서 사실보다 과장이 되거나 추측 보도가 빈발하고 있다.
실제 유화제 사용에 따른 2차 오염 논란의 중심인 오일볼이 지난 14일 꽃지 해수욕장 등 일부 지역에 발견이 되었음에도 지난 12일부터 마치 안면도가 완전오염이 된 듯한 뉘앙스의 제목을 뽑아 혼란을 가중시켜 이러한 언론의 과장·추측 보도는 실의에 빠진 태안군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 보도는 실제 상황과는 상당히 달랐다. 태안군 8개 읍·면 가운데 소원면, 이원면, 원북면, 근흥면 등 4개면은 집중적인 직접 피해를 입었으나 나머지 지역은 먼 바다에서 기름띠가 보이다가 일부 지역에 오일볼이 보였을 뿐이다.
이러한 언론의 앞서간 보도는 결국엔 지역 주민들의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안면도를 비롯한 피해를 안본 태안반도 전역의 펜션과 횟집들은 이미 연말 장사를 포기한 상태이며,
태안산 수산물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반입이 중단되었는가 하면 기름 피해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태안산 농산물마저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등 2중, 3중의 어려움을 태안군민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
태안 8경인 백화산, 안흥성, 안면송림, 만리포, 신두리 사구, 가의도, 몽산 해변, 할미/할아비 바위의 8곳을 가리킨다.
이 중 만리포와 신두리, 가의도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기름유출로 인한 피해가 전혀 없는데도 관광객이 사라진 것이다.
사진: 태안"문화 일보" 김동훈기자
이날 만난 회집주인 아주머니는 "이 난리에 미안한 마음에 놀러 오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말을 시작했다.
"지난번 강원도 수해 때 미안한 마음으로 놀러가지 못해 주민들이 도리어 피해를 받은 일을 상기하여 예전처럼 오셔서 관광도 하시고 돈도 쓰시고 가끔 덕담도 해주시고 하는 게 진정으로 태안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길에서 만난 한주민은 “대선후보들로 들끓던 태안 기름유출 피해 현장, 정치인들의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다.
결국 기름 범벅이 된 태안조차 '대선용'이었다 선거가 끝나자 신음하는 어민들의 목소리는 이미 지워진지 오래인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도 요즘 일부 관공서나 기업들이 교육, 세미나, 송년회를 태안에서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예를 들어 태안에 있는 골프장에 사람들이 미안해 얼씬도 못해 휴장 상태였으나 요즘 인식을 바꾸어 팀별로 성금도내고 식사도하고 놀다가는 것도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정상화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손으로 기름을 닦아내는 봉사활동이 지금 당장은 시급한 일이고 최고의 효과를 거두겠지만 봉사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노는 봉사, 먹어주는 봉사’가 필요한 때다.
우선 동향인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이럴 때 일수록 “고향에 자주 내려가서 팔아주고 놀자”는 운동을 벌여 2차 3차 재앙을 막아야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입소문을 통해 북경에서 나비가 펄럭이면 미국에는 허리케인이 발생한다는 ‘나비효과’처럼 작은 나비의 날개 짓을 우리들이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젠 별도리가 없지 유, 보상도 막막한 우리들은 아직 어딘지 모르지만 먹고살게 해달라고 떼쓰러 올라가는 길 밖에....”
우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대신에 들려주는 회집 주인의 절규 섞인 인사말을 되씹으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서울로 향했다.
(주)조인스HR 대표 가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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