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빙하시대의 경고
빙하기 약 10만년마다 한번씩 온다
녹아 내리는 남극 빙산
2002년 1월 31일, 2월 17일, 3월 5일 촬영된 남극의 위성사진(위에서부터).
지구 온난화로 남극의 빙산이 녹아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생생히 나타나 있다.
관측 35일간 3250㎢의 빙산이 떨어져 나가 3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출처:위델AFP연합
"대재앙"지구온난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은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북극에서는 가장 큰 빙산이 사라졌고,
호주 근처의 섬나라인 투발루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국토가 줄어들면서 결국 26㎢의 면적인 자국의 국토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남극에서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땅,
빙붕이 녹아서 수천 개의 빙산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
과거처럼 조금씩 녹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얼음층이 쪼개지는 식의 급격한 형태로 붕괴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면적의 5배가 넘는,
약 1만2000년 전에 형성된 남극대륙의 거대한 빙붕이 지구 온난화 현상을 견디지 못해 붕괴한 것으로 알려져 해수면 상승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학자들은 온난화의 영향을 알 수 있는 지표의 하나로서 남극의 얼음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얼음의 융해 현상이 온난화의 진행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9배 빙붕이 한 달 만에 무너져 버리다.
남극대륙의 면적은 1360만㎢로, 약 97%가 얼음으로 덮여 있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얼음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이 남극대륙이다.
남극의 얼음이 전부 녹는다면 해면 수위는 현재보다 약 65m나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남극이 얼마나 많은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대륙을 덮고 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빙상(氷床, ice sheet)이라 하는데,
빙상은 현재 남극과 그린란드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빙상의 일부가 해면 위로 내뻗은 것을 빙붕(氷棚, ice shelf)이라 부른다.
바다에 떠도는 빙산은 이 빙붕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남극의 빙붕은 매우 급속한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남극대륙 서부, 남극반도의 끝부분에서는 1940년 이후 기온이 2.5℃ 상승했다.
그 남극반도 동쪽에 있는 라르센 빙붕은 1980년대 이후 붕괴가 진행되어 현재 끝부분의 얼음이 거의 없어진 상태이다.
남극반도는 남위 65˚에서 75˚사이에 걸쳐 있는 가늘고 긴 반도이다.
남극대륙에서는 가장 북쪽에 위치하여 여름에는 기온이 0℃를 웃도는 유일한 지역이다.
그 때문에 라르센 빙붕은 온난화의 영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서 관측되어 왔다.
남극대륙에서 남미대륙 남단 케이프 혼 쪽으로 뻗은
남극반도의 ‘라르센-B’ 빙붕 중 주요 부분이
2002년 1월 31일부터 붕괴하기 시작해
불과 한 달 사이에 붕괴된 빙붕의 면적만
무려 3250㎢로 싱가포르 영토의 9배 크기다.
무게로는 7200억t이나 된다.
지난 5년간 ‘라르센-B’ 빙붕에서 소실된 면적은 5700㎢에 달하며
현재 남은 부분은 예전 면적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1940년대부터 10년마다 지구 기온이 0.5℃씩 높아지고 있고,
그 결과 1974년 이후 남극대륙의 7개 거대 빙붕에서 소실된 얼음의 총 면적이 1만3500㎢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설빙데이터센터나 영국 남극연구소는 남극반도에서 1년 동안 얼음이 녹는 기온(0℃ 이상)에 이른 날짜가 지난 20년 사이에 12일에서 20일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빙붕은 남극대륙 쪽으로 접근하는 난류의 흐름을 막아 빙하의 형태를 유지하는데 일종의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빙붕이 붕괴돼 브레이크 기능이 없어지면 난류가 대륙 빙하에 침투되면서 더 많은 얼음덩이들이 대양 쪽으로 떨어져 나가 해수면 상승이라는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지구에 있는 또 하나의 극인 북극의 얼음은 현재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을까?
지구 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진행된다면 금세기 안에 북극의 얼음도 모두 녹을 가능성이 있다.
공룡 사라진 것과 맞먹는 충격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배 이상 늘어나면
여름철 북극 바다의 얼음은 60%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기상학자들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양이 1750년보다 배나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130년 동안 북극 바다를 덮고 있는 얼음 가운데 3분의 1이 줄어들었으며 얼음 전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극 얼음의 해빙과 함께 시베리아 등 북부지역의 동토층이 녹으면서 건물과 도로 등이 물에 잠길 위험도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북극의 얼음은 1960~1970년대에는 두께가 평균 3.1m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조사에서는 평균 1.8m로 40%나 감소되었다.
이것은 미국과 영국의 원자력 잠수함에 의한 조사 결과이다.
지구의 기상이나 평균 기온은 다양한 기간을 주기로 하여 변화를 반복해 왔다.
현재의 온난화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도 이 주기가 문제이다.
1995년에 공표된 IPCC의 제2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0년 사이에 지구의 평균 기온은 0.3~0.6℃ 상승했고,
해면 수위는 10~25㎝ 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에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상승하고 있으며,
1990년대는 지난 1000년 가운데 가장 평균 기온이 높은 10년이 되었다.
극지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얼음이 녹아 수권(水圈)이 확대될 뿐 아니라,
극지에 사는 야생 생물들을 위기로 몰아넣게 된다.
남극에서는 대부분의 생물이 해양을 서식처로 삼고 있고,
극지의 육상 야생 생물상은 북극으로 대표된다.
종(種)이 적은 극지에서는 먹이 연쇄가 단순하기 때문에 개체수 등의 변동 폭이 크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생태계 전체에 이상이 생겨 그 정점에 있는 북극도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생물의 진화 속도에 비해 지구의 기후 변화가 매우 급속해지면 이러한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 종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따라서 지구 온난화의 피해는 6500만년 전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에 필적할 만한 공포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김형자·과학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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